매일신문

홀몸 노인들, 코로나19에 더 쓸쓸했던 명절…"복지관도 못가"

다른 지역의 자녀들 안부 전화만 할 뿐
부양가족 없으면 평소보다 명절이 더 외로워…복지시설이 자녀 역할 대신하기도

설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10일 취재진이 대구 수성구 범물동 홀몸노인을 방문해 세배를 하고 있다. 임재환 인턴기자
설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10일 취재진이 대구 수성구 범물동 홀몸노인을 방문해 세배를 하고 있다. 임재환 인턴기자

코로나19 유행에 모임과 방문이 제한되면서 설 명절을 맞아 홀몸노인의 고립이 더 깊어졌다. 명절이면 만날 수 있었던 타지의 자녀들이 올해는 방문하지 못했고, 부양가족이 없는 노인들은 하루 종일 집에서만 지내며 쓸쓸한 연휴를 보냈다.

남편과 사별한 후 32년간 홀로 지내고 있는 대구 수성구 범물동 A(76) 씨는 코로나19가 너무 원망스럽다. 대전에 있는 아들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명절밖에 없는데, 지난 추석처럼 이번 설에도 볼 수 없었기 때문. A씨는 보고 싶었지만 아들에게 "괜찮다. 오지 마라"고 했다. A씨는 "감염병이 확산된 지난해 2월부터 한 번도 아들 얼굴을 보지 못했고, 너무 위험해서 '보고 싶으니 와달라'고 말도 할 수 없었다"며 "이번 연휴에는 사회복지사가 알려준 방송을 보면서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정부가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행정명령을 내리면서 가족 간 비대면 새해 인사를 권했지만, 홀몸노인 대부분이 고령층인 탓에 스마트폰 조작이 서툴러 영상통화도 할 수 없었다. 대구 달서구 월성동 B(85) 씨는 "스마트폰으로 영상통화는 할 줄 모른다. 명절에 아이들 얼굴을 보고싶었지만 목소리 듣는 걸로 참았다"고 했다.

부양가족이 없는 노인의 외로움은 더 깊었다. 다른 사람들은 명절에 가족과 전화라도 하지만, 이들은 대화 상대조차 없다. 대구 달서구 월성동 C(87) 씨는 "가족이 없어서 오히려 명절이 더 적적하고 외롭다. 감염병이 무서워 복지관에도 못갔다"고 했다.

지역 복지시설 관계자들은 설 연휴를 홀로 보내는 노인들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대구 수성구 한 복지관은 명절 전후 홀몸노인들을 직접 찾았고, 명절 당일엔 안부 전화를 하는 등 '명절대비보호대책'을 실시했다. 설 연휴에 홀몸노인이 거주하는 아파트를 방문해 매일 건강을 확인하는 곳도 있었다.

복지시설 관계자는 "홀몸노인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노래연습과 같은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대부분 만성질환이 있어서 매일 건강도 확인하고 말동무도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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