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대학이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대학 선호로 신입생을 충원하기 힘든 데다 정부의 재정지원은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존폐 기로에 내몰리고 있다. '벚꽃 피는 순서로 대학이 망한다'는 얘기가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14일 대구경북 4년제 대학들에 따르면 지난달 정시모집 원서 접수에서 대구교대를 제외한 모든 대학의 경쟁률이 하락해 추가 모집을 하더라도 미달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A대학은 지난해 4.1대 1에서 2.2대 1 ▷B대학은 4.65대 1에서 1.97대 1 ▷C대학은 4.7대 1에서 1.8대 1로 크게 떨어졌다. 경쟁률이 3대 1에 못 미치는 곳은 사실상 미달이다. 다른 대학에 중복 합격한 학생이 빠져나가는 것을 고려하면 모집 정원의 3배 이상이어야 학생을 안정적으로 채울 수 있다.
전문대는 사정이 더 심각하다. 이번 대학입시에서 대구와 경북 경산지역 전문대 6곳 중 1곳 외엔 모두 경쟁률이 2대 1에도 미치지 못했다. 더욱이 이들 대학은 일부 학과에만 지원자가 몰려 전체 학과의 절반 가량이 정원을 못 채웠다. 미달될 경우 충원 모집에서도 학생을 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대학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전문대는 입학금 전액 지원 등 유인책을 내놓으면서 유치에 온힘을 쏟고 있지만 큰 효과는 거두지 못했다. 실제 대학알리미 공시를 살펴보면 매년 정원내 신입생 충원율 100%를 기록하던 A전문대와 B전문대가 지난해 각각 90.5%, 94.6%로 뚝 떨어졌다.
전문대 한 관계자는 "일부 대학은 '입학금을 전액 지원한다'고까지 하면서 학생을 유치하려고 피나는 노력 중"이라며 "철밥통이라 여겨지던 대학 교직원 자리도 이제는 불안하고 위태롭다. 장기적으로 희망이 없으니 다들 걱정이 많다"고 전했다.
설상가상으로 정부 지원액도 수도권 대학에 비해 지역대학은 턱없이 부족하다.
2019년 기준 대학당 정부 일반 재정지원액(4년제)은 수도권 경우 337억원,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은 185억원으로 두 배가량 차이 난다. 특히 연구개발사업의 경우 재정지원 상위 10개 대학 중 대구경북 대학은 경북대, 포항공대 뿐이다. 10곳 중 6곳이 수도권에 속해 있다.
앞으로 상황은 더 암울하다. 대학교육연구소는 대학 입학자 수가 수도권 경우 2021년 16만9천여 명에서 2037년 13만8천여 명으로 27.6% 감소한다고 전망했다.
반면 대구경북권의 대학 입학자 수는 2021년 4만7천여 명에서 2037년 3만2천여 명으로 44.3% 줄어든다는 게 대학교육연구소의 예상이다. 지역 대학은 신입생을 확보하는 게 더 어렵다는 의미다.
김병주 영남대 고등교육정책연구소장(교육학과 교수)는 "대학 입학정원은 쉽게 줄지 않을 것이라 앞으로 대학들이 학생을 충원하긴 더 힘들 것이다. 게다가 10년 이상 등록금 동결이 지속,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학의 폐교는 곧 지역의 상권, 경제와도 연결되는 것이어서 관련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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