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덕도 반대…대안은 고민해야" TK 의원들이 전한 설 민심

현 정부에 매서웠던 설 지역민심, ‘방역정책 엉망, 가덕도신공항 추진에 대실망’
“야권 현재와 미래 모두 불안”, 차기 대권주자 두고선 ‘양성론’과 ‘영입론’ 팽팽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일 오전 부산 강서구 가덕도 대항전망대를 찾아 국민의힘 부산시장 예비후보들과 함께 가덕도 신공항 예정 부지를 둘러본 뒤 가덕도 신공항을 위해 서명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부산을 찾아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일 오전 부산 강서구 가덕도 대항전망대를 찾아 국민의힘 부산시장 예비후보들과 함께 가덕도 신공항 예정 부지를 둘러본 뒤 가덕도 신공항을 위해 서명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부산을 찾아 '가덕도 신공항' 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여느 명절과는 좀 분위기가 달랐지만 그래도 설날은 설날이었습니다. 건강과 무사태평을 바라는 새해 인사를 주민들과 주고받았고 올해 역시 '싸움 좀 그만하고, 경제 좀 살리라'는 훈계를 들었습니다."

이번 설 연휴를 지역구에서 보낸 대구경북(TK) 국회의원들의 대체적인 소감이다. 서울과 부산처럼 보궐선거가 예정돼 있진 않지만 그래도 명절은 지역 정치인을 상대로 주민들이 정담(政談)을 쏟아내는 흔치 않은 기회다. 매일신문은 14일 명절 연휴 귀향활동을 마무리한 지역 국회의원 전원을 상대로 지역민심을 청취했다.

◆"방역정책 엉망, 가덕도신공항 대실망"

TK 지역민의 설 민심은 문재인 정부에 매서웠다. TK 현역 의원 25명 중 17명이 '주민들은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이 잘못됐다는 평가를 하고 있었다'고 분위기를 전했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가장 큰 치적으로 내세우는 코로나19 방역성과조차 지역에서는 그리 좋은 점수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 중진의원은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생업일선에서 경제적 고충을 겪은 분들의 불만이 많았고 상대적으로 최근에는 수도권에서 확진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음에도 고통은 전 국민이 감수하고 있다는 토로도 있었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인 백신확보 과정에서 정부의 대처가 늦어 코로나19 졸업시기도 함께 늦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불평도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선제적이고 공격적으로 백신확보에 나서야 했다는 아쉬움이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대구 서구)은 "'확진자 확산방지가 상황관리에 속한다면 백신확보는 상황종결과 직결되는 사안인데 왜 정부가 이렇게 늑장을 부렸느냐'는 불만을 많이 들었다"며 "하루하루 줄어든 매출에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자영업자들을 중심으로 이제 제발 끝을 보자는 절규도 이어졌다"고 말했다.

정치권이 논의 중인 재난지원금 지급방식과 관련해서 생색내기보다는 효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차원에서 선별지원이 타당하다는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이 앞에서 끌고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뒤에서 밀고 있는 가덕도신공항 건설에 대해서도 절대 반대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른바 영남권 관문공항의 입지를 특정 정치세력이 정치적 이벤트와 결부해 결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지적이다.

다만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는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국회처리에 대한 대응방식과 관련해선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 우리도 나름의 대안을 준비해놔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의원들은 전했다.

◆"야권, 현재와 미래 모두 불안"

지난해 4·15 총선에서 '미워도 다시 한 번'을 외치며 보수야당을 선택한 지역민들은 야권의 현재와 미래가 모두 불안하다는 속내를 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당을 이끄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탐탁지도 않고 당내 이렇다 할 차기 대권주자도 없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지난 1일 부산에 가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2월 임시국회 내 처리를 약속한 김 위원장에 대해선 부정적인 여론이 더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부터 치르고 보자'는 정치권의 야합과는 달리 바닥 민심은 최소한의 의리조차 못 지키는 인사에게 뭘 기대할 수 있겠느냐는 반응을 보인 셈이다.

한 지역 의원은 "당이 변하기 위해선 중도성향 유권자를 잡아야 한다는 판단에 김 위원장의 행보에 점수를 주는 주민들도 있었지만, 대체로는 텃밭에 대한 무례를 용납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대세였다"며 "'재보궐선거가 끝나면 당을 떠날 사람 아니냐'라고 말끝을 흐리며 관심이 없다는 분들도 많았다"고 했다.

여기에 제1야당의 미래를 맡길 인물이 없다는 걱정도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를 묻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두 자리수 지지율을 기록하는 당내 인사가 전혀 없는 상황과 맞물린 결과다.

이에 대한 처방을 두고선 지역 여론이 엇갈리는 분위기다. 당내에서 인물을 키워야 한다는 의견과 과감하게 외부에서 영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등하게 제기되고 있다.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경산)은 "어떤 방식이 됐든 정권교체를 위한 최적의 인물을 내세워야 한다는 요구들이 많았다"며 "필요하다면 내부 인사와 영입 인사가 최종 경합을 벌이는 이벤트도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보수정당에서 인물난이 계속되자 지역민들은 야권 정계개편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인물 중심의 야당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날 텐데 이들을 제대로 엮고 힘을 합쳐야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이룰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여기엔 지금 국민의힘의 역량만으로는 정권교체가 어렵다는 판단도 내포돼 있다.

◆"대구경북 행정통합, 글쎄?"

이와 함께 대구경북 행정통합에 대한 지역민의 여망은 다소 주춤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 의원들은 '시도민의 공감대 형성이 우선이다', '당장 실현 가능한 통합성공사례부터 만들어 확산하자'는 등의 신중론도 적지 않고 통합 후 지역발전 편차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도 듣고 있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경북 동부지역을 중심으로는 현 정부의 탈(脫) 원자력발전소 정책에 대한 성토도 쏟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원자력발전소 경제성 조작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여권이 지하수 오염문제까지 들고 나와 지역민의 불안감이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경주)은 "정부와 여당은 지역민의 생존과 생업이 걸린 사안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성의를 다해 원자력발전소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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