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감도 없는데 과징금 20만원 내라니"…화물차 기사들 하소연

"코로나 장기화로 수입도 확 줄어…공영차고지 모자라 가혹한 조치"
거주지 인근에 장기간 세워둘 수밖에 없어…한번 단속 시 과징금 20만원 '가혹'

15일 오후 대구 북구 호국로 도로변에 대형트럭들이 불법 주차돼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15일 오후 대구 북구 호국로 도로변에 대형트럭들이 불법 주차돼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할당된 차고지는 경북 의성과 고령 등으로 집에서 이용이 힘들고, 대구 내 차고지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20만원 과징금은 가혹합니다."

대구지역 일부 화물차 운전기사들이 코로나19로 일감 감소와 구청의 밤샘 주차 단속 과징금 부과 등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15일 대구 북구청에 따르면 화물차 밤샘 주차 단속을 벌인 결과, 지난해 하반기에만 3차례에 걸쳐 모두 256건 적발됐다. 이는 2019년 하반기 4회에 걸쳐 단속한 239건보다 많다. 단속 횟수는 줄었지만 적발 건수는 오히려 증가한 셈이다.

화물차 업주들은 과징금 부과에 울상이다. 일감이 없어 차를 집 근처에 대놓을 수밖에 없는데 가뜩이나 수입이 줄어든 상황에서 단속 적발로 부과되는 과징금 20만원이 과하다는 것이다.

특히 대형 화물차 업주의 고통이 크다. 이들은 택배 운송을 하는 소형 화물차와 달리 대규모 공사현장에 쓰이는 시멘트, 철강 등 건축자재를 나른다. 통상 겨울철이 비수기인데다가 최근 코로나19 장기화로 건설 현장이 감소하고, 국제 교역도 위축되면서 대형 화물 수요가 대폭 줄었다.

이에 성수기 때는 한 달 1천만원 정도의 수입이 코로나19 이후로는 40% 이상 줄었다는 게 업계의 얘기다. 화물차 할부금과 기름값, 통행료, 차량유지비, 자동차보험 등을 지출하면 남는 것이 거의 없는 수준이라고 했다.

현재 조성 중인 공영차고지는 2022년 말에나 완공될 예정이라 당분간은 이런 상황이 지속될 전망이다. 현재 북구 태전동 48-2번지 일대 3만4천125㎡ 부지에는 화물자동차 공영차고지 조성사업이 진행 중이다. 이 사업이 완료되면 483대의 화물차 주차 공간이 확보된다. 지난해 11월 그린벨트 지역을 사업부지로 사용하기 위한 'GB관리계획 변경' 승인을 거쳐 현재는 도시계획시설 결정을 준비 중이다.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된다면 2022년 12월 완공 예정이다. 하지만 당초 지난해 3월로 계획돼 있던 'GB관리계획 변경' 심의가 코로나19 여파로 국토교통부가 연기하면서 계획보다 8개월이나 늦춰져 지난해 11월에야 승인이 났다.

김동수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대구경북지역본부장은 "화물차 운전기사들이 장거리 이동 중간 고속도로에 차를 세워놓고 잠을 자는 게 일상이다"며 "하지만 요즘은 집에서 대기하는데, 언제 일이 들어올지 몰라 집 근처에 차를 댈 수밖에 없다. 할당된 차고지는 경북 의성과 고령 등으로 집에서 이용이 힘들고, 대구 내 차고지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20만원 과징금은 가혹하다"고 주장했다.

북구청 관계자는 "주민들은 통행 불편 등을 이유로 불편함을 호소하고, 화물업자들은 일이 없어 벌이가 줄었는데 과징금 부과는 가혹하다고 호소한다"며 "주민 민원과 화물업자들의 애로사항을 중간에서 조율하겠다"고 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