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고독·고립 담당 장관

김지석 디지털 논설위원
김지석 디지털 논설위원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기 위한 정부 방침에 설 연휴를 '집콕'이나 '화상 만남'으로 보내는 이들이 많았다. 찾아오는 가족이나 친지가 없거나 줄어들다 보니 이웃에서 나는 전 부치는 냄새도 별로 맡을 수 없었다. 그래서 올해 설은 설 같지가 않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았다.

젊은이들은 고향에 가서 집안 어른들에게 취직이나 결혼 여부 등의 질문에 시달리지 않았으니 썩 나쁘지는 않았을 것이다. 시골집의 노부모들은 코로나19가 걱정돼 오지 않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일 년이라 해봤자 명절이나 되어야 보던 자식 손주들을 보지 못하게 됐으니 아쉬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1년 넘게 이어지면서 '코로나 블루'도 길어지고 있다. 매일 발송되는 경고 문자, 사회적 활동 제약, 실업의 위기와 취업 결혼의 어려움 등 부정적 사회현상에 따른 우울 증상으로 불안감이 커지기도 한다. 사회적으로 거리를 유지하되 심리적으로 더 가까이 지내려는 노력, 노인 등 외로운 이들에게 더 자주 안부 전화를 하거나 가족 모임을 갖는 것 등이 대안이라고 한다.

일본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고립이 심각해지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들이 증가하자 '고립'과 '고독' 문제를 담당할 장관직을 만들었다고 한다. 일본에서 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들은 전년보다 750명 늘어난 2만919명으로 2009년의 세계 금융위기에 이어 11년 만에 증가했다. 성별로는 남성이 1만3천943명으로 135명 줄었으나 여성은 6천976명으로 885명 증가했다. 코로나19로 말미암은 사회적 고립감, 실업 등으로 인한 우울감 심화 등이 여성에게 더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고립과 고독 문제 대처는 저출생 대책 담당 장관이 겸임하며 자살 방지 대책이나 저소득층 대상 푸드뱅크 사업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사람 간 연결을 유지하기 위해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이 대안으로 활용되면서 정보기술(IT)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자를 지원하는 것이 과제로 떠올랐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더라도 IT 기술의 눈부신 발전이 개인의 고립과 고독을 깊게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으니 일본의 대처가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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