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소아청소년과 지원자가 없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교육행정팀 직원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려니 마음이 심란했다. 올해 병원에 소아과 전공의 지원자가 없다는 얘기는 익히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현실로 다가오니 기분이 이상했다. 최근에는 정원을 거의 다 채웠던데다 소아과를 지망하는 이들이 많아서 정원을 못채우는 날이 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소아과 인기가 떨어지고 전공의 미달사태가 빚어진 이유는 모두가 알다시피 출생아 수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1970년대 100만명에 육박하던 출생아 수는 2002년도 50만명대로 곤두박질치더니, 2019년도에 30만명을 간신히 유지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2020년 연간 출생아 수는 27만명대로, 합계출산율은 0.9명이다.
출생아 수의 감소는 여러 복잡한 사회 문제가 얽히고설켜 있어 원인 및 해결책 제시가 쉽지 않다. 그 결과 산부인과·소아과는 치료 대상이 되는 산모와 아이들이 줄어 앞으로의 비전이 암담하다.
이에 더해 코로나 19로 인해 모임이 줄어들고, 마스크 및 개인 위생이 관리가 철저해지면서 감기·기관지염·설사 등 소아감염성 질환이 급감했다. 겨울철 독감은 코로나 발생 1년 전의 20분의 1 수준으로 줄었고, 환아 부모들은 어지간한 잔병치레에도 소아과 방문을 꺼렸다.
그 결과 전국 130여 아동병원 중 10여개가 폐업하거나 입원실을 닫았다. 동네 소아과들도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지난해 154곳이 폐업을 했다. 2019년에 비하면 57% 정도 증가한 수치라고 한다. 소아 환자들이 갈 동네병원이 줄었다는 말이기도 하지만 소아과 수련을 마친 전공의 선생님들의 취직 자리가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는 올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이 역대 최악인 29.7%라는 수치로 말해준다. 전국 209명 정원에 62명 밖에 지원하지 않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소위 빅5 병원 중 한 곳도 소아청소년과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대구지역의 경우 상황은 훨씬 심각하다. 대구 지역 5개 수련 병원의 소아과 정원 16명 중 단 2명만 지원했다. 결국 올해 소아과 1년차 선생님은 대구 지역에서 2명 밖에 없다는 의미다. 입원실이나, 응급실, 중환자실에서 소아청소년 환자들, 신생아들을 일선에서 담당할 의사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병원의 교육시스템은 사회 다른 분야와는 사뭇 다르다. 교수님을 통해 배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전공의 고연차로부터 받는 교육 또한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어느 한 연차의 정원을 채우지 못하면 전공의 간 교육의 기회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또한 연차 전공의가 비게 되면 다음 해 역시도 전공의를 채우기가 여간 쉽지 않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가 점점 사라지면 아픈 아이들이 치료받을 수 없게 된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쉽지 않아보인다. 여러가지 문제가 얽혀 있다보니 무엇 하나를 임시로 해결한다고 나아질 것 같지도 않다. 정부와 보건복지부, 소아청소년과 학회차원에서 소아과 지원방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지자체 및 각 병원들도 소아과의 위기를 단순히 병원 한 진료과의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함께 고민하고 지원할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최근 아이들이 좋아 소아과를 지원하고 동네에서 아이들을 돌보던 선배 선생님이 소아과의원을 접었다는 소식에 마음이 아팠다. 정말 아이들을 좋아하셨던 분이다. 오늘따라 입원한 아이를 돌보는 1년차 선생님들의 어깨가 더 무거워 보인다. 현실이 녹록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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