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이유(제인 구달 글/ 박순영 옮김/ 궁리출판/ 2000)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고 가는 코로나19의 원인은 인간이 자연에게 가하는 학대에 지친 지구의 반란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자주 해보는 요즘이다. 이렇게 마음이 어수선한 날은 언젠가 감명 깊게 읽었던 독서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슬기로운 집콕생활이다. 서가에서 저절로 내 손에 미끄러진 책, 20여 년 전 나의 심금을 강타했던 '희망의 이유'라는 제인 구달의 자전적 에세이집이다. 350쪽에 달하는 이 책은 시작, 준비, 아프리카로, 곰베에서 등 17장의 목록으로 구성된 저자의 연구과정과 제인 개인의 사랑과 이별, 치유, 희망에 대한 꾸밈없는 보고서다.
이 책의 저자인 제인 구달은 세계적인 동물행동학자이며 환경운동가이다. 침팬지의 대모이자 우리 시대 가장 선한 영향력을 펼치고 있는 인사이다. 1934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 남부 해안에 있는 본모스에서 성장했다. 어릴 때부터 아프리카 밀림을 동경해 타잔을 읽으면서 타잔의 애인인 제인보다 자기가 훨씬 잘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1957년 친구의 초대로 아프리카 케냐로 가게 된다. 그곳에서 저명한 고생물학자인 루이스 리키 부부를 만나게 되고 리키의 연구원으로서 침팬지 연구에 합류하게 된다. 제인을 연구원으로 선택한 리키 박사가 침팬지의 행동 양식을 연구하려 했던 것은 석기 시대에 살았던 인류 조상의 행동 양식을 추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83~84쪽)
1960년 혼자 곰베로 가서 야생 침팬지 연구에 착수했다. 1965년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동물행동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5년 야생 침팬지 연구를 계속하기 위해 '제인 구달 연구소'를 세웠다. 1995년 엘리자베스 여왕이 대영 제국의 작위를 수여했으며, 탁월한 연구자에게 주어지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소사이어티의 허바드상을 받았다. 탄자니아 정부는 외국인 최초로 구달 박사에게 킬리만자로상을 수여했다. 저서로는 '희망의 자연', '희망의 씨앗'이 있다.
저자의 지칠 줄 모르는 탐구심은 인간과 동물의 경계를 천천히 허물었다. 저자는 곰베의 침팬지들로부터 새로운 사실들을 발견해 학계를 놀라게 했다. "침팬지는 도구를 사용하고, 일을 계획하고, 기쁨과 슬픔을 표현한다. 우정관계를 맺거나, 싸우거나, 갈등을 벌이는 등 인간과 너무도 비슷한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111쪽)
침팬지에게서 얻은 인지도를 오로지 동물복리를 위해 쓰고자 헌신한다.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지구의 미래가 어린이들의 어깨에 달려 있다고 믿는 구달 박사는 '뿌리와 새싹'이라는 친환경 동아리를 설립한다. 120개국을 누비며 조직의 선봉장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희망의 바이러스를 침투시키고 있다.
그가 꼽는 '희망의 이유' 는 무엇일까? 그는 말한다. 인간의 두뇌, 자연의 회복력, 젊은이들의 열정, 불굴의 인간정신이 희망의 이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면 인류 전체의 생존을 위협하는 각종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힘을 모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동의하며 결심한다. 1회용품 줄이기에서부터 가까운 곳 걷기까지.
김정숙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
전광훈 "대선 출마하겠다"…서울 도심 곳곳은 '윤 어게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