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점심시간을 이용해 대구시립 중앙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간다. 그날도 예전처럼 동성로를 지나는데 대구 3·1독립운동기념비가 우뚝 세워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모양이 사람이 만세를 부르는 조각품 같아 신기했다. 잠시 서 있다가 손을 들고 '조선독립만세'를 외쳐 봤다. 그리고 다시 일터로 돌아가는 길, 2·28민주운동 집결지라고 쓰인 표지석이 보였다. 이어지는 길목에는 동학 교조 최제우 선생 순도비도 서 있었다. 1919년 3·1독립운동, 1960년 대구 2·28민주운동, 1894년 동학농민혁명…. 농민이, 청년이 그리고 온 민족 공동체가 함께 일어나 반봉건 반외세, 자주 독립, 민주주의를 위해 소리 높여 함께한 순간들이 대구 도심 곳곳에 새겨져 있었다.
최근 100여 년의 우리 역사는 그야말로 투쟁과 전쟁의 역사였다. 대구가톨릭대 사회학과 김동일 교수는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시장과 국가'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의 연속이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시장을 통해 생산과 성장을 이루고 국가를 통해서는 복지와 분배를 잘함으로써 복지와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는 없는 것일까? 그러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미래를 위한 평화 통일을 꿈꾸는 것은 너무 큰 기대일까?
그럼, 새로운 세상에 희망을 거는 보통 사람들이 꿈꾼 이상세계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과거로 돌아가 살펴보자. 먼저, 1919년 3·1만세운동, 1948년 제주 4·3항쟁, 1960년 2·28민주운동과 4·19의거, 1980년 5·18민주화운동, 1987년 6·10민주항쟁 그리고 2016년 촛불혁명까지…. 수많은 침략에 맞서 일어난 의병 활동과 식민지 시대 무장 독립 투쟁도 포함해 생각해 본다면 우리 민족은 시대적 변화에 맞추어 민족 해방을 위해, 사회 혁신과 변화를 위해, 민주주의와 평화를 위해 늘 도전해 왔고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실천해 온 것이다.
하지만 현 상황은 어떠한가? 한국전쟁이 일어난 지 70년이 지났다. 여전히 남과 북은 갈라져 서로 으르렁거리고, 작년에는 남북 경협을 위해 개성에 세운 건물까지 북한이 폭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지구 곳곳에서는 일자리가 많이 사라졌고, 앞으로 세계 경제가 어떻게 될지 오리무중이다. 그러는 가운데 지구 온난화의 병폐가 세계 여러 곳에서 자연재해를 일으키고 있다. 일본과 한국 사이 긴장도 풀릴 조짐이 없는 데다 중국과 미국의 갈등 속에서 과연 한국이 설자리는 어디일지 가늠을 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으로 가고 있다. 우리는 새로운 미래, 희망을 어디서 찾아야 할까?
그 비전을 시민과 공동체가 만나고 공동체와 공동체 사이에도 정이 싹트고 미래 산업도 나누는 '마을'에서 찾아보면 어떨까? 3·1만세운동으로부터 촛불혁명까지 늘 꿈을 꾼 그 변화의 중심에는 사람과 지역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방정부도 마을 만들기를 지원하고, 살고 있는 사람들이 함께하기에 마을은 숨 쉬고 있음을 다시 느낀다. 코로나19로 비대면 혹은 마을 방송국을 통해 음악회를 열고 전시회와 바자회 등 성금이 나오면 이웃과 함께 나누는 마을 공동체, 그리고 아이들을 살고 있는 동네에서 서로 보살피는 우리 마을 교육 나눔 사업, 주민 참여 예산 제도 등을 통해서도 지역 공동체는 늘 새로운 피를 수혈하듯 활기를 나누고 있다.
이제는 깨어 있는 시민들이 서로 만나 소통과 대화를 나누는 마을살이야말로 지역과 사람이 중심 되는 그런 대안이 아닐까. 변화무쌍한 미래를 시민 의식과 마을 공동체의 공공성에서 그 해답을 찾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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