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19일. 대구시의사회와 감염병 전문의·대구시 보건 관계자들이 모였다. 코로나19 대구 첫 감염자인 '31번' 확진자가 나온 지 하루 만에 소집된 비상대책회의였다. 이날 참석자들은 코로나19 환자 대량 발생에 대비해 대구의료원 소개령을 내리고 동산병원을 코로나19 거점병원으로 지정했다.
나는 이날 회의야말로 신천지교회발 코로나19 사태 방역의 결정적 한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만약에 확진자 추이를 며칠 더 지켜보자는 결론이 났더라면 지난 1년간 대구와 우리나라가 겪은 상황보다 훨씬 심각한 대재앙을 겪었을지도 모른다. 그때 기민한 대처를 한 대구 의료계와 시 방역 당국에 찬사를 보낸다.
대구는 감염병과 전쟁에서 역사를 새로 썼다. 'K방역'의 원형은 대부분 'D방역'(대구형 방역)에서 나왔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대구에서 처음 시작됐다. 드라이브스루 선별 진료소를 세계 최초로 도입했으며, 의료 시스템 붕괴를 막은 '신의 한 수'인 생활치료센터도 대구에서 시작됐다. 전국 처음으로 대중교통 탑승객에 대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고 시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시민 협조를 이끌어냈다.
시민 의식도 빛났다. 시민들과 소상공인들은 자발적으로 자가 격리에 들어갔고 문을 닫았다. 마스크 구매 줄 서기는 있었어도 사재기는 없었다. 전국 각지에서 의료진, 소방수, 자원봉사자들이 달려와 도움의 손길을 뻗었고 이는 코로나19 사투에 큰 힘이 됐다. 한때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741명까지 치솟았던 대구는 53일 만에 신규 확진자 '0'을 달성했다. 봉쇄 조치 없이도 지역사회 확산을 막아낸 세계 최초 사례였다.
대구의 성공으로 잠잠해지나 싶던 코로나19는 이태원 집단감염, 광복절 집회, 교회 집단감염 등을 거치면서 다시 맹위를 떨치고 있다. 끝 모를 어둠의 터널 같다. 그런데 외국에서는 코로나19의 확산 기세가 크게 꺾였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봉쇄 명령과 백신 접종이 효과를 거두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해 뜨기 직전이 가장 춥다고 했다. 우리나라도 이제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면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 그때까지가 관건이다. 국민 모두가 긴장을 풀지 말고 지난해 봄 대구 시민들이 했던 것처럼 자발적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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