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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책의 생기를 되찾아 주는 북큐레이션

제갈선희 대구2·28기념학생도서관 독서문화과장
제갈선희 대구2·28기념학생도서관 독서문화과장

요즘 서점가에서는 북큐레이션이 화두다. 큐레이션(Curation)은 본래 미술 작품이나 예술 작품의 수집, 보존, 전시를 의미한다. 또한 여러 정보를 수집하고 선별하여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 전파하는 일이기도 하다. 대형서점과 인터넷서점에 밀려 사라져가던 동네서점에서 이 방식을 도입하면서 부활하고 있다. 독자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예전의 동네서점은 단순히 책을 진열하고 판매하는 곳이었다. 새롭게 등장한 작은 서점들은 북큐레이션으로 독자와 다양하게 소통하고 있다.

특히 책방 주인의 경험과 노하우가 중요하다. 책과 고객을 연결해주는 방식에 해답이 있기 때문이다. 환자를 상담하여 처방하듯 고객의 고민을 듣고 적당한 책을 처방하는 책방, 시인이 직접 운영하며 시집과 책을 추천하거나 글쓰기를 지도하는 책방, 30~40대 직장인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책을 추천하는 책방, 한적한 시골에서 명상과 자연에 관한 책을 중점적으로 추천하는 책방 등. 이런 서점들은 그 자체가 특정한 주제를 가진 하나의 북 큐레이션 공간이다.

서점가의 이러한 변화는 일본 츠타야 서점의 영향이 컸다. 츠타야 서점은 정해진 도서분류법이 아닌 '라이프 스타일'을 바탕으로 책을 분류하여 전시한다. 예를 들면 '요리 코너'에는 요리와 관련된 소설과 시집, 에세이와 실용서 등을 함께 배치한다. 거기다 요리에 필요한 식기와 식재료까지 전시해서 함께 판매한다. 독자의 라이프 스타일에 적합한 책을 추천하고 제안한다. 츠타야 서점은 큐레이팅 서점의 모델이 되었다.

도서관도 시대적 변화에 발맞춰 북큐레이팅을 시도하고 있다. 서가에 꽂힌 책들을 큐레이터의 관점에서 의미있게 재정리하여 디스플레이하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도서관도 다양한 주제로 이용자들과 만나고 있다. 내일을 위한 청소년 책, 세상을 담은 큰 책, 나라를 지킨 인물 등 다양하다.

하지만 자료실 사서가 북큐레이팅을 기획하고 디스플레이를 하기까지에는 매우 많은 손길이 간다. 도서관 서가를 빼곡하게 채우고 있는 많은 책 중에서 이용자가 관심을 가지는 분야와 원하는 책을 제대로 파악하고 찾아서 재정리하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연구에 따르면 사서 추천 도서의 대출 회전율이 다른 도서에 비해 5배가 높다. 북큐레이팅을 하면 베스트셀러 중심의 집중화 현상을 극복할 수 있고, 독자의 관심을 다양한 분야로 넓힐 수 있다. 책이 가진 다양한 목소리가 많은 사람에게 전해질 수 있도록 북큐레이팅이 더 필요하다. 사서의 손길이 더 바빠지겠지만 북큐레이션을 통해 이용자와 만나 생기를 되찾는 책이 더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제갈선희 대구2·28기념학생도서관 독서문화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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