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처럼 고등학교에서 원하는 과목을 골라 들은 뒤 일정 학점 이상 이수하면 졸업한다. 고등학생들은 학교에서 짜주는 시간표 대신 각자 다른 시간표에 따라 수업을 듣는다. '고교학점제'가 운영되는 현장의 모습이다. TV나 영화 속에 나오는 미국, 유럽 등의 고등학교 풍경같기도 하다.
교육부는 지난 17일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계획'을 발표(매일신문 18일 자 10면 보도)했다. 애초 예고한 대로 2025년 고교학점제를 전면 도입하면서 구체적인 추진 절차와 운영 방안 등을 밝혔다. 2025년이면 올해 초등학교 6학년이 고등학교 1학년이 되는 때다. 이 계획과 함께 대구시교육청과 학교 현장의 대비 상황 등을 들여다봤다.

◆현장에선 '힘들지만 가볼 만한 길일 것'
교육 현장에선 연구학교나 선도학교가 낯설지 않은 말이다. 교육당국은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기 전 연구학교나 선도학교를 지정, 운영하면서 관련 경험을 쌓아 현장에 그 제도가 제대로 안착할 수 있게 청사진을 구체화하곤 한다.
고교학점제를 도입하는 데도 그런 과정을 거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대구에선 올해 1월 현재 일반계고 5곳, 직업계고 3곳을 연구학교로 정했고 일반계고 39곳, 직업계고 17곳을 선도학교로 정해 운영한다.
대구 덕원고등학교는 2018년부터 고교학점제 연구학교를 운영하기 시작한 곳이다. 변화에 적응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 덕원고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과 난제가 많았고, 그 과정을 거쳐 희망을 보게 됐다는 게 이곳 조치연 교사의 소회다.
조 교사는 고교학점제 연구학교 업무담당 부장. 학생 개인의 진로와 적성에 따라 다양한 선택과목을 이수할 수 있게 해줘야겠다는 게 이상이었는데 많은 과목을 지도해야 하는 교사들의 부담감 증가, 잦은 수강 신청 변경 및 시간표 작성의 어려움 등 현실적 벽을 넘어야 했다고 전했다.
그는 "여러가지 현실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학교 구성원 간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려고 했다. 그런 과정에서 우리 교사들과 학생들이 조금씩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봤다"며 "시간이 흐르고 고비를 넘으면서 고교학점제에 대한 희망도 보게 됐다"고 했다.

◆교육부는 '진로와 적성 찾는 지원책일 것'
고교학점제는 1학년 때 공통과목을 중심으로 이수한 뒤 원하는 과목을 골라 듣고 정해진 학점을 채우면 졸업을 인정하는 제도. 학생들이 고교에서 진로와 적성을 찾는 데 도움을 주려는 것이다. 현 정부의 국정 핵심 과제 중 하나다.
17일 교육부가 밝힌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계획'에 따르면 고교를 졸업하기 위해 192학점 이상 수강해야 한다. 1학점 기준은 50분, 한 학기에 16회 이수하도록 구성했다. 학기당 최소 수강 학점은 28학점. 대학처럼 방학 중 계절수업도 개설한다.
졸업 인정 조건은 더 있다. 과목별 출석률이 3분의 2 이상, 학업 성취율 40%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공통과목은 성취도(A, B, C, D, E, I)와 석차를 성적표에 함께 기재하는 반면 선택과목은 성취도만 표기된다. 수강 인원이 적어 경쟁이 치열할까봐 듣고 싶은 과목인데도 기피할 수 있다는 현장 의견을 반영한 조치다.
소속 학교에 원하는 과목이 개설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여러 학교가 힘을 모아 운영하는 온·오프라인 공동교육과정, 지역 대학과 연구기관 등과 연계한 학교 밖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해결하게 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올해 내로 운영 지침을 마련해 공동교육과정을 활성화하고, 학교 밖 교육을 학점으로 인정하는 방안도 추진할 것"이라며 "2028학년도 대입 제도의 기본 방향을 만들 때 고교학점제를 어떻게 반영할지 고려해 2024년 발표할 계획"이라고 했다.

◆대구시교육청은 '학생 선택 중심 교육과정 될 것'
교육부의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계획'에는 추진 사항이 여러 개 담겼다. 교사 1명이 2~3개 학교의 소규모 수업 등을 담당하는 순회 교사(활동 중인 인원 122명)를 확대해 배치하는 것 외에도 연수 등을 통한 교원 역량 강화, 온라인 학습실과 대형 강의용 교실 구축 등 학교 공간 재구성 작업 등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시교육청은 일찌감치 고교학점제가 안착할 수 있게 준비해왔다. 연구학교와 선도학교를 운영하는 것뿐 아니라 '대구형 온라인 공동교육 캠퍼스(온·공·캠)'와 중·고 연계 진로교육 집중학년제 운영, 복합적이고 가변적인 학교 공간 구축 등에 신경을 쏟았다.
'온·공·캠'은 정규 수업시간에 '교실온닷' 등 실시간 화상수업 플랫폼을 활용해 운영하는 과정. 학생의 과목 선택권을 확대하고 교육여건이 열악한 지역 학생의 선택권까지 보장하기 위한 방안이다. 다양한 과목을 개설하기 쉽지 않은 학교의 상황도 고려한 것이다.
'전환기 진로코칭 프로그램'은 중3 학생의 진로 탐색과 준비를 지원하기 위한 과정. 이 프로그램과 고1 학생의 진로학업 설계를 지원하는 '진로진학 사업' 간 연계를 강화해 '중·고 연계 진로교육 집중학년제'를 본격적으로 운영한다. 진로에 맞는 과목을 선택하고 구체적으로 학업 설계를 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이다.
학생 선택 중심의 교육과정을 지원하기 위해 학교 공간도 재구축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수학습 공간을 재배치, 다양한 형태의 참여형 수업을 지원할 방침"이라며 "학생들의 학습 동기와 학력 향상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고교학점제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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