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초임 공무원 울리는 '시보 떡'…"사실상 강요" vs "친목 도모"

행안부 장관 "실태 파악하겠다" 확인 나서
초임 직원 "안하기엔 눈치 보여"…일부 "정식 임용 기쁨 나누는 것"
"논란된 만큼 기준 필요" 주장도

SNS(인스타그램)에서
SNS(인스타그램)에서 '시보 떡'을 검색하자 500개 이상의 게시물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인스타그램 갈무리

정식 공무원으로 임용되기 전 평가 기간 중의 공무원 신분인 '시보'(試補) 기간이 끝난 뒤 답례품을 돌리는 관행을 두고 지역 공직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신규 공무원들은 6개월~1년 간 '시보' 기간을 마치면 이를 축하하고 그간 지도해 준 선배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떡 등 음식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

최근 이른바 '시보 떡' 관행이 악습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은 실태 파악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를 두고 지역 공무원들도 "조직 내 친목을 도모하려는 문화"라는 의견과 "사실상 강요로 비춰지는 만큼 기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초임 공무원들은 이런 관행에 대해 "솔직히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아무 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으면 눈치가 보이는 분위기"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 주민센터 소속 4년 차 공무원은 "시보가 끝날 무렵 당시 같은 부서 소속 20명 정도의 선배들에게 피자와 떡을 돌렸는데 다행히 동기가 있어서 부담이 덜했다"며 "직전 선배가 선물을 돌렸다면 자신의 차례에서 아무 것도 안 하기는 어렵다. 조직 내에서 '과거 누구는 어떤 선물을 했다'는 말이 나오면 더욱 그렇다"고 했다.

초임 공무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시보 기간 해제 후 돌릴 선물에 대한 고민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한 공무원 시험 준비 카페에서 '시보 떡'을 검색하자 ▷떡을 돌려야 하는 범위 ▷부서장에게는 별도로 선물을 준비해야 하는지 등을 묻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일부 댓글에서는 "떡을 돌리고 후회했다. 잘 먹었다고 하는 사람도 없어 서운했다. 선배들이 앞장서서 없애줘야 이런 분위기가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반면 정식 공무원이 된 기쁨을 조직 구성원 모두 함께 나누는 계기로 보면 좋겠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대구의 한 구청 팀장은 "업무를 가르쳐 준 선배들에게 감사를 표현하는 계기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 과거 서당에서 책 한 권을 다 뗐을 때 학생이 친구와 스승에게 한 턱을 내는 책거리 문화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며 "선물을 안 한다고 해서 뒷말이 나오는 분위기는 전혀 아닌데 후배들이 부담을 느끼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한편, 이런 관행을 자체적으로 없앤 지자체도 나왔다. 서울 종로구청은 최근 '시보 떡' 문화를 없애는 대신 선배들과 나눌 다과를 구청 차원에서 제공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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