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랜선 학사모' 쓰고 축하 영상…코로나가 바꾼 졸업식

학위복 대여 안돼 커뮤니티 통해 빌리기도
부모님도 건물 출입금지, 졸업생 본인만 가능

19일 경북대학교 센트럴파크에서 한 졸업생 무리가 미니 졸업 파티를 열어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윤정훈 인턴기자
19일 경북대학교 센트럴파크에서 한 졸업생 무리가 미니 졸업 파티를 열어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윤정훈 인턴기자

19일 오전 10시쯤 경북대 대학본부 건물 앞. 학위복 차림의 학생들이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꽃다발과 졸업장을 드느라 손이 부족한 와중에 마스크를 벗고 사진을 찍은 후 다시 쓰느라 바빴다. 한 학생은 학위복이 없는 친구에게 자신의 학위복을 빌려주기도 했다.
대학가에 졸업식 시즌이 돌아왔지만 코로나19 탓에 졸업식 풍경도 크게 바뀌었다. 대규모의 학사 및 석사 학위수여식은 과거의 추억이 됐다.

경북대 국어국문학과는 화상회의 애플리케이션인 '줌'(ZOOM)을 통해 비대면 학위수여식을 진행했다. 국어국문학과 학과장인 서혜은 교수의 졸업 축사를 시작으로 45분가량 진행됐다. 강의실에서 열린 학위수여식 현장에는 졸업생 및 재학생 대표 각 한 명과 사회를 맡은 학생회장, 일부 교수 등 제한된 인원만 참석했다. 졸업생 대표가 학위를 받는 모습과 나머지 졸업생들의 이름이 화면으로 공유됐다.

졸업생들은 ZOOM 앱 기능 중 하나인 학사모 필터를 화면에 적용해 이른바 '랜선 학사모'를 쓰고 졸업식 기분을 내기도 했다. 졸업생들의 추억이 담긴 사진으로 만든 짧은 영상이 학위수여식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랜선 학위수여식을 기획한 김진솔 국어국문학과 학생회장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졸업식 없이 선배들을 보내기는 너무 아쉬울 것 같아 행사를 준비했다"고 전했다.

대구대도 홈페이지를 통한 랜선 졸업식을 개최했다. 홈페이지엔 김상호 총장의 졸업 축하 영상과 졸업 선배들의 축하 글들이 게시됐다. '최초의 랜선 졸업식에 참석한 여러분의 졸업을 그 어느 때보다 축하한다'는 훈훈한 내용의 글들이 주를 이뤘다. 대구대 공식 유튜브 채널에도 먼저 졸업한 선배들이 찍은 졸업 축하 영상이 올라오기도 했다.

일부 학과가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해 학위복 대여를 하지 않겠다고 공지하면서 '학위복 대여'가 학생들 사이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기도 했다.

대학교 커뮤니티 어플리케이션인 '에브리타임'에는 졸업식 1, 2주 전부터 학위복 대여를 원하는 학생들의 글이 줄을 이었다. 학생들은 다른 학생이 학위복을 입고 사진촬영을 한 뒤 잠시 빌려주면 기프티콘으로 사례하겠다는 글을 올려 학위복을 빌리기도 했다.

한 경북대 학생은 "학과에서 학위복을 대여해주지 않아 결국 오늘 아침 일찍 외부업체에서 돈을 주고 학위복을 빌려왔다"고 말했다.

꽃다발을 파는 노점상들로 북적였을 경북대 동문 앞은 한적했다. 한 꽃다발 노점상은 "코로나19 이전엔 오전 3시에 나와서 자리를 맡아둬야 할 정도로 자리 경쟁이 치열했었다"고 했다.
울상짓기는 화훼농가나 상인들도 마찬가지다. 꽃집을 운영하는 박은혜(63·대구 북구 칠성동) 씨는 "35년간 꽃집을 운영하면서 이런 불황은 처음"이라며 "어떤 날은 60만원 가량의 시든 꽃을 버리기도 한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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