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십리대숲이 일품인 울산 태화강.
해가 숨자 어김없이 그들이 돌아왔습니다.
'하늘 벤치' 송전탑 꼭대기 전깃줄에 도열한
선발대 무리가 곡예비행으로 무대를 열더니
노을 진 하늘에서 대공연이 시작됐습니다.
서쪽에서 한 무리, 남에서도 또 북에서도 ….
한눈 판 새 떼까마귀가 군단으로 떴습니다.
하늘이 모자라도록 까맣게 덮었습니다.
급 회전술 쇼트트랙, 쏜살같은 수직낙하.
혼을 빼는 회오리 춤에 아찔한 교차 비행술까지
넋을 놓은 블록버스터급 라이브였습니다.
눈을 뗄 수 없는 40여 분이였습니다.
'뭉쳐야 산다'
부리도 발톱도 몸집도 보잘것없지만
천적도, 구경꾼도 쫄게 하는 섬칫한 군무.
잠자리가 들킨다고 한참을 집밖에서 맴돌더니
어둠이 내리자 감쪽같이 대숲으로 들었습니다.
누가 이들에게 오합지졸(烏合之卒)이라 했나요.
사탕 주는 이, 혼내는 얼굴도 기억한다는
똑똑한 떼까마귀가 울산의 명물이 됐습니다.
'특급호텔' 삼호대숲을 더 가꾸고 되살렸더니
2000년엔 3만 마리, 지금은 13만 마리.
숙박비는 못내도 명품 공연으로 관광객을 불러
지갑을 열게 하는 의리의 친구들입니다.
떼가마귀는 울산이 친환경 생태 공업도시로
거듭남을 알리는 상징이 됐습니다.
대숲을 품은 태화강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이
5등급(1997년)에서 1~2등급(2017년)으로 뛰자
연어·황어·은어를 따라 수달도 돌아왔습니다.
하늘색도 예전보다 많이 맑아졌습니다.
십리대숲(4.3km)에는 이제 강 상류 석남사까지
공무원·기업·시민이 함께 팔을 걷고 가꾸는
백리대숲(40㎞) 프로잭트가 한창입니다.
해뜨기 전, 먹이터 경주·양산·밀양까지 날아가
들판에 남은 낙곡이 고맙다며 해충도 잡아주고
해지면 돌아와 꼭 태화강 대숲에서 잠드는 친구들.
주택가 전깃줄 아래 배설물로 타박도 받지만
강과 숲에는 더없이 좋은 자양분입니다.
떼까마귀들의 '하늘 벤치' 송전선로가
지중화사업으로 2년 후엔 사라진다고 합니다.
이참에 삼호대숲 주변 강 언저리에 공존을 위한
'떼까마귀 전용 하늘 쉼터'가 들어선다면
국가정원 태화강의 '생태도시 울산'에 점을 찍는
공공디자인으로도 손색이 없겠습니다.
철새도 힘이 되고 돈이 되는 시댑니다.
이뻐해 주는 만큼 되돌려 줍니다.
순천의 흑두루미, 고성의 독수리도 그랬습니다.
보고 싶은 달성습지 흑두루미, 고령 개진 독수리….
버리면 남의 떡, 모으면 철새도 귀한 자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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