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밥 먹었나, 공부는 잘 하고 있나?"
18일 오후 7시쯤 대구 서부경찰서 3층 여성상담실. 책상에는 상담 서류 대신 고졸 검정고시 문제집이 펼쳐져 있었다. 학교 밖 청소년인 A(19) 양이 검정고시를 공부하고 있었다. A양은 집에서 푼 숙제를 산더미처럼 가져오는 날도 있다.
학교를 벗어난 청소년들이 대구 서부경찰서를 '공부방'처럼 드나들어 화제다. 청소년들에게 애정어린 잔소리를 아끼지 않는 김진호(54)여성청소년계 학교전담팀장이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 오는 청소년들은 범죄를 저질러 김 팀장에게 인계됐던 이들이다. 가정과 학교에서 방황을 거듭하다 어린 나이에 경찰서에 발을 들여놓았지만 범죄의 늪에 빠져드는 동안 누구도 온정의 손길을 내주지 않았다.
지난해 대학에 진학한 B(20) 씨는 "중학생 때 비행을 일삼는 무리와 어울리다가 사건사고에 휘말렸다"며 "사고치는 애로 낙인찍혀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 담임 교사는 '너 같은 애는 검정고시도 안 된다'며 눈총을 줬다"고 했다.
벼랑 끝에 몰린 이들을 붙잡아준 것은 김 팀장이었다. B씨는 "학교를 그만두니 김 팀장님이 검정고시를 보라며 책을 쥐여줬다. 이후에는 대학에 도전해보자며 이끌어주셨다"며 "학교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김 팀장님이 대신 달려가 무릎 꿇고 빌어주셨던 적도 있다"고 했다.
이들은 김 팀장을 '경위'라는 계급 대신 '아빠',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어른들에게 받은 상처가 많지만, 김 팀장의 정성에 조금씩 마음을 열었다. 지난해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가 구조된 C(19) 양은 '스승의 날'에 카네이션을 선물할 정도로 김 팀장을 선생님처럼 따르고 있다. 어버이날에 '아빠, 고맙습니다'는 영상을 찍어 보내는 청소년들도 수두룩하다.
지금까지 김 팀장을 거쳐간 학교 밖 청소년들은 100여 명. 이 가운데 지난해 2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올해는 3명이 진학·취업을 준비 중이다.
김 팀장은 "오늘 공부하러 상담실에 오는지, 안 온다면 집에서 공부는 하고 있는지 매일 전화해 물어본다. 학교 밖 청소년들은 식사를 거르고 다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밥을 챙겨 먹었는지도 매일 물어봐야 한다"며 "아이들은 가정이나 학교에서 상처를 받아 엇나가게 되는 경우가 많다. 방황의 끝은 반드시 있다. 그 끝이 보일 즈음까지만 곁을 지켜주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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