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지인과 이런 대화를 나눴다. "안락한 노후를 위해 얼마의 재산이 있으면 좋을까?" "30억원." "50억원, 100억원 아니, 그 이상이면 더 좋지 않나?" "그 이상 넘어가면 안 좋다. 친구가 없어진다."
지인에 따르면 재산이 100억원 이상이면 손을 벌리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모임이나 동창회 등에 찬조금 요구가 많아지는데 통 크게 돈을 내놓지 않으면 '짠돌이'라는 욕을 먹는다. "돈 빌려 달라" "동업하자" "투자하라"는 친척·지인이 많아져 대인 기피증이 생기고 인간 관계도 소원해진다는 지론이었다. 그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는 "스스로에게는 부자(富者)인 양, 친구들에게는 빈자(貧者)인 양 행동하라"는 고대 로마의 풍자시인 유베날리스의 명언과 일맥상통한다. 내면으로 자존감을 갖되 타인 앞에서는 겸손하라는 뜻이지만, 재산 많다고 으스대거나 함부로 자랑질하지 말라는 함의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은 얼마의 재산이 있으면 부자라고 인식할까. 2014년 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이 생각하는 부자의 기준은 25억원이다. 반면 부자들이 생각하는 기준은 이보다 꽤 높다. 2015년 한 금융기관 조사 결과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보유자들이 생각하는 부자의 기준은 109억원이었다. 지금은 부동산 가격과 주식 가격 상승으로 더 높아졌을 것이다.
이렇듯 부자들일수록 돈 욕심이 더 많다. 물론 그 욕심은 막연하지 않으며 현실적이고 계획적이다. 대부호일수록 살아서 다 쓰지도 못할 부(富)를 갈구한다. 현재 가치로 4천80억달러(한화 451조원)의 재산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 인류 역사상 최고 부자 존 데이비슨 록펠러(1839~1937)도 "돈이 얼마만큼 있어야 충분한가?"라는 기자 질문에 "조금만 더"라고 답했다.
최근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5조원 기부 의향을 밝힌 데 이어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이 5천500억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자수성가형 창업자들이 전 재산의 절반을 각각 내놓겠다고 했으니, 기부는커녕 자식에게 재산 물려주기 위해 편법 및 탈세도 마다 않는 여느 재벌들과 격이 다른 행보다. 기부는 언제나 아름답다. 김범수와 김봉진 두 사람이 쏘아 올린 공이 국내 재벌의 기부 활성화를 이끄는 전주곡이 되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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