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개를 살찌우는 음식들

박순석

최근 동물병원을 내원하는 반려견 중에서 영양부족으로 내원한 환자는 없었다. 반면 영양 과잉 섭취로 인한 과체중, 비만, 담낭슬러지, 신장결석, 췌장염을 호소하는 환자들은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 너무 많이 먹어서 생기는 질병들이다.

과영양증을 호소하는 반려견들이 주로 먹는 음식들을 알아보고 왜 자제해야 하는지 그 이유들을 살펴보자.

◆고구마

쌀이나 빵을 주식으로 삼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탄수화물 함량이 낮고 미네랄과 섬유질이 풍부한 고구마를 건강식품으로 대체할 수 있다. 반면 반려견에게 고구마는 탄수화물을 추가 섭취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건조시킨 고구마 간식들은 그 섭취량을 월등히 증가시킨다. 탄수화물(당질)은 쉽게 당으로 전환되어 당의존성을 키우며 과체중의 주원인이 된다. 반려견에게 고구마는 몸을 살찌우는 달콤한 유혹일 수 있다.

◆과일

사과, 배, 감을 좋아하는 반려견들도 많다. 발달한 후각 덕분에 멀리서도 단내를 맡고 쪼르르 달려와 주인을 보채기 마련이다. 대부분의 반려견들은 단맛에 이미 심취되어 있다.

사람에게 과일은 비타민, 섬유질을 공급하는 건강 식품이지만 체중 관리와 혈당 관리가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하루 먹을 과일 양을 제한한다. 반려견에게 과일 급여도 탄수화물 과잉 처럼 당의존성을 키우며 과체중을 유발 시킬 수 있음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육포 간식

출근하며 남겨지는 반려견에게 미안한 마음을 담아 육포 간식들을 주는 경우가 많다. 딱딱해서 오래 씹으며 무료함을 달래기를 기대하지만 개는 쉽게 자르고 삼키기 급급하다.급하게 삼킨 육포가 흉부 식도에 걸려 수술을 받는 경우들도 발생한다.

건조된 육포의 고기 양은 의외로 많다. 단백질 과잉 섭취가 될 수 밖에 없다. 비멸균 포장된 육포 간식들이 상하지 않도록 어떤 성분의 첨가물이 섞였는 지 알수가 없다. 저렴한 육포를 공급하기 위해 선택된 원재료의 안정성도 염려스럽다. 육포 간식을 많이 먹는 반려견이 소화장애, 신부전, 피부염, 췌장염이 다발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고 개가 육포를 뜯는 쾌감을 다른 식품으로 대체하기는 어렵다. 안전성이 검증된 제품을 선택할려는 반려인의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더불어 육포의 급여량은 최소한으로 절제시켜 주는 것이 반려견의 건강에 도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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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껌

사람은 껌을 저작(씹는) 운동과 치태(플러그)를 제거하는 목적으로 씹을 뿐이지 먹진 않는다. 그런데 개껌은 개가 간식인양 잘라 삼키기 급급하다.

개의 치석을 예방하려면 치아의 바깥면에 형성되는 치태를 닦아내는 것이 관건인데 딱딱한 개껌은 치태를 제거하지 못한다. 시판되는 여러 개껌들이 치아 건강과 치석 예방에 기여하는 정도는 매우 실망스러웠다. 급하게 삼킨 개껌으로 인해 장폐쇅으로 수술을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개껌은 동물의 가죽이나 콜라겐, 연골 성분들을 가공하여 만든다. 영양학적으로는 단백질 성분이다.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조금 더 오래 씹는 간식일 뿐이다.

치아의 저작운동을 위해서는 치실과 생고무로 만들어진 장난감을 이용해 물고 당기는 놀이를 유도해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치석 예방을 위해서는 보호자가 매일 치아의 바깥면을 애견용 칫솔이나 거즈로 닦아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개사료

사료만 주는데도 살이 찐다는 상담을 자주 받는다.

사료 포장지에 표기된 하루 사료 급여량은 실내견의 입장에서는 많은 양 일 수 있다. 중성화수술을 받고 실내에서 보살핌을 받는 반려견은 스트레스와 체온 유지를 위한 열량 소모가 줄어 들었기 때문이다. 하루 동안 먹은 사료의 칼로리가 하루 동안 소모하는 대사량 보다 많으면 살이 찌는 건 당연한 이치다.

체중 감량을 위해 하루 사료급여량을 정할려면 먼저 간식부터 중단해야 한다. 이미 제공하고 있는 하루 급여량을 주되 매일 체중을 체크해야 한다. 일주일 동안 체중이 줄지 않는다면 사료량을 10%씩 감량해 나간다. 의외로 살찐 반려견들의 경우 기존에 먹었던 사료량을 20% 이상을 줄여야 체중 감량이 시작되는 경향이 많았다.

반려견을 위한 개사료는 종합 영양 식품이다. 비타민, 미네랄, 필수 영양소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다. 사료만 먹어서 영양 부족이 생기는 경우는 없었으며, 오히려 영양 과잉이 잘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려드리고 싶다.

◆고양이 사료

고양이와 동거하는 반려견은 대부분 고양이 사료를 탐닉한다. 고양이 사료가 개사료에 비해 단백질과 지방 함량이 높아 개의 입장에서 더 맛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살이 찌기 쉬우며 습관적으로 고양이 사료를 먹던 반려견들이 췌장염을 호소하는 사례들도 많이 경험한다. 고양이 밥그릇을 개가 닿지 못하는 높은 곳에 위치할 필요가 있다.

◆우유와 유가공식품
유지방 특유의 풍미는 개를 현혹시킨다. 개는 좋아하지만 우유와 유가공식품은 개에게 적합하지 않다. 첫번째 이유는 개는 유당분해 효소가 부족하여 소화불량이 다발한다. 유당을 분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우유를 먹으면 소화불량이 생기는 이유와 동일하다.
두번째는 이유는 시중에 시판되는 대부분의 유가공 발효 식품들의 당함량이 높기 때문이다. 과당 섭취는 곧 과영양 섭취를 의미하며 살찌는 원인이다. 개전용 우유도 기호성을 높이기 위해 첨가된 성분들이 체중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오메가3 간식, 영양제

오메가3가 건강에 도움되기 위해서는 EPA와 DHA의 순도와 함량이 중요하다. 사람들이 복용하는 오메가3 영양제를 살펴보면 공기와의 접촉을 차단하기 위해 연질 캡슐로 포장되어 있다. 지방산은 공기와 접촉하면 쉽게 산패되기 때문이다. 원료의 안전성과 더불어 순도와 함량이 중요 하기 때문에 가격 차가 매우 크다.

애견용 간식과 영양제에 오메가 3가 함유되어 있다고 표기된 제품들이 많다. 그런데 그 제품들은 일반적으로 시판되는 간식이나 분말형태로 공기에 노출되어 있다. 지방산이 공기와 접촉하면 쉽게 산패되는 특성을 고려하면 이해하기 어렵다. 아마도 오메가3가 함유된 어류를 제품에 배합하여 기호성을 높이면서 마치 오메가3가 함유된 것 처럼 소비자를 현혹시키고 있다.반려인이 제대로 가려내지 못하면 신선하지 않은 지방을 섭취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반려견의 먹는 즐거움은 탐색 과정에 있다

개는 인간보다 수만배 뛰어난 후각 능력을 통해 지방취와 단내, 신선도 까지도 감별해 낼 수 있다. 사람이 시각, 후각, 미각, 씹는 질감을 종합하여 맛을 느낀다면 개는 냄새로 맛을 느끼는 셈이다.

음식을 먹을 때도 차이가 크다. 사람은 좋아하는 음식을 입에 머금으며 음미하는 반면 개는 빼앗길 까 삼키기 급급하다. 개는 냄새로 탐색하고 입으로 가져가기 전까지 더 집중하고 즐거워 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개가 좋아하는 간식을 줄 때는 작게 잘라서 숨겨줄 것을 권장한다. 개가 간식을 탐색하는 과정을 적당히 지연시킬수록 개의 의욕과 즐거움은 더 상승한다. 얼릉 삼키고 또 다른 탐색을 시작하려 한다. 제공되는 간식의 양은 적을 수록 더 효과적이다.노즈워커를 권장하는 이유와 같다.

반려견에게 '최소량의 간식을 이용한 탐색 놀이'는 실내 생활의 무료함을 해소시켜 주면서도 반려견을 운동시켜 체중을 감량시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박순석

박순석

수의학박사

서울특별시 동물복지위원

SBS TV 동물농장 수의자문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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