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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12년에도 제자리걸음인 폐의약품 수거제도… 시민들도 잘 몰라

대구시 폐의약품 수거량 꾸준히 감소, 의약품 공급은 늘어
시민 인식도 그대로, "폐의약품 대부분 종량제에 버려"
지자체 홍보 손 놓고 있어, 수거 주기도 제각각

매일신문 | 지난 7월 광주과학기술원 연구진이 낙동강에서 뇌전증 치료제인 주성분 '가바펜틴'이 검출된 것을 확인했다. 낙동강에 배출된 가바펜틴은 강 상류와 하류, 저수지, 정수 처리장에 광범위하게 발견됐다. 연구진은 가바펜틴의 주요 오염원으로 생활하수를 지목했다.

자취생활 5년째인 박모(25) 씨는 최근 유통기한이 지난 상비약을 처리하느라 고생했다.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이나 플라스틱 통에 담긴 알약을 일일이 물에 녹여 싱크대에 녹여 버리려 했지만, 속도가 더뎌 결국 약들을 종량제 봉투에 버리기로 했다. A씨는 "폐의약품은 약국으로 가져다 줘야한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막상 가려니 귀찮기도 하고 종량제 봉투에 버린다고 해서 크게 문제가 될 건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폐의약품 수거제도가 시행된 지 12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대구시에 공급되는 폐의약품 수거량은 매년 줄어드는 데다 대부분의 시민 역시 폐의약품 처리 방법을 모르는 등 폐의약품 처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폐기물관리법에 따르면 폐의약품은 '생활계유해폐기물'로 분류해 지방자치단체의 관리 아래 약국이나 보건소에서 각각 수거해 소각해야 한다. 대구시는 지난 2009년 4월, 폐의약품 수거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폐의약품 수거량은 감소세다. 대구시에 따르면 폐의약품 수거량은 최고점을 보였던 2018년 2만9천700㎏에서 2019년 2만8천949㎏, 지난해 2만5천270㎏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반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대구에 공급되는 의약품 규모는 지난 2018년 1조5천318억원에서 2019년 1조6천264억원, 2020년 1조6천739억원 등으로 외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대구시 관계자는 "폐의약품 수거량이 떨어진 것이 시민들이 복약을 잘 지켜 폐의약품 양이 준 것인지, 구·군에서 폐의약품 수거를 덜 하는 것인지 단정 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올바른 폐의약품 수거에 대한 홍보가 여전히 잘 안되는 건 사실이다"고 말했다.

폐의약품 수거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도 나아지지 않고 있다. 폐의약품을 약국이나 보건소에 가져다 줘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인 데다, 폐기방법을 알아도 '귀찮다'는 이유로 일반 쓰레기와 같이 종량제 봉투에 넣어버리는 경우가 잦다.

대구 중구 공평동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유모(52) 씨는 "알약은 알약끼리, 물약은 물약끼리 분류하고 비닐은 제거해서 가져오는 시민들이 드물다 보니 약국에서 다시 분류를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자체들은 폐의약품 수거에 소극적이다. 구마다 수거 주기도 제각각인데다, 관련 조례가 제정된 곳도 8곳 구·군 중 4곳뿐이고, 이마저도 명확한 수거방식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달성군 관계자는 "일에 비해 인력이 적다보니 홍보 추진이 어렵다. 또 달성군의 경우 폐의약품 수거요청도 적기 때문에 다른 일들에 비해 우선순위에서 밀리기도 한다"고 했다.

이재혁 대구경북녹색연합 대표는 "폐의약품이 토양이나 하천에 유입되면 항생제 내성을 지닌 슈퍼박테리아를 발생시키거나 생태계를 교란시킬 수 있다. 모든 지자체의 폐의약품 관련 조례제정이 시급하고 제도가 올바르게 정착돼야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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