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A(38) 씨는 중학교 시절 또래에게 당한 학교폭력이 어제 일처럼 선명하게 남아 있다. 같은 반이었던 가해 학생은 쉬는 시간만 되면 교실 뒤편에서 공개적으로 배, 다리 등을 마구 때리거나 욕설을 퍼부었다. 또래보다 내성적이고 만만하다는 게 이유였다. A씨는 요즘 유명인들이 과거 학교폭력을 저질렀다는 기사를 접할 때마다 학창 시절의 고통이 떠올라 잠을 이루지 못할 때가 많다.
A씨는 "당시 가해자들 곁에서 주눅 들던 습관이 아직도 내 성격의 부정적인 면으로 일부 남아 있다"며 "학교폭력은 어린 시절 가치관 형성에 영향을 주는 인격 살인과 다름없기 때문에 가해 학생이 유명인이 됐다면 이미지 실추 등의 대가는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체육계에서 시작된 '학교폭력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피해자들은 과거 겪은 학교폭력 피해를 곳곳에서 호소하고 있으며, 평범하게 살아가는 학교폭력 가해자들의 근황을 접하는 것만으로도 큰 스트레스라고 했다.
주부 B(33) 씨는 "중학생 때 조용한 학생들에게 걸핏하면 욕을 하던 가해자들이 지금은 잘나가는 식당을 운영하거나 직장인이 된 모습을 SNS로 보니 분통이 터졌다"며 "가해자가 연예인이 돼 근황을 매일 기사로 접한다면 피해자는 더욱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했다.
일부에서는 십수 년 전 학창 시절의 일로 그간 쌓은 노력과 명성을 모두 무너뜨리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왔다.
직장인 C(59) 씨는 "어린 나이에 잘못한 것은 맞지만 의혹이 제기된 이들의 직업, 커리어 등 삶의 모든 부분을 송두리째 앗으려는 것은 과도하다"며 "무분별한 폭로가 계속된다면 '허위 폭로'의 부작용도 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일부 연예인들은 제기된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며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인권 감수성'이 높아지면서 그간 문제 삼지 않았던 부조리를 사회 문제로 부각시키려는 분위기가 짙어진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정용교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인권에 대한 기준이 이전 세대보다 높아진 상황에 낮은 인품을 가진 인물들이 유명해지고 돈을 잘 번다는 것이 사회정의상 용납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됐다"며 "다만 상대방에 대한 인권 문제도 함께 생각해 봐야 하기 때문에 이들을 사회적으로 매장하듯 지나치게 몰아붙이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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