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가덕도신공항을 추진하고 있다. 5년 전 외국 기관 평가에서 1위는 김해공항 확장, 2위가 밀양신공항, 가덕도신공항은 3위였다. 여기서 어떤 안이 최선인지 논(論)할 생각은 없다. 김해공항 확장이 최선이라는 평가 결과는 상식적이다. 공항 신설에 비해 기존 공항 확장이 효율적인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 나는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을 비판하고 싶지 않다. 정치는 그런 것이니까.
민주당이 가덕도신공항을 추진하는 것은 당연하다. 옳다는 것이 아니라 납득이 된다는 말이다. 민주당에 대구경북은 텃밭이 아니다. 또한 여당은 선심성 공약을 실현할 정치적 힘을 가지고 있다. 속된 말로 민주당은 가덕도신공항으로 재미를 볼 수 있다. 국민의힘은 셈법이 복잡하다. 대구경북이 텃밭이지만 부산을 무시할 수 없다. 가덕도신공항을 추진하면 밀양신공항을 지지했던 대구경북 주민들을 배신하게 된다. 국민의힘의 속셈은 이럴 것이다. '가덕도신공항에 찬성해서 부산시장을 탈환하자. 대통령선거까지 1년이 넘게 남았다. 1년은 망각에 충분한 시간이다.' 국민의힘이 대구경북 주민들을 배신할 수 있는 메커니즘(mechanism)은 무엇인가?
우리나라는 실질적인 양당제 국가이다. 많은 정당이 있지만 집권 가능성이 있는 정당은 두 개에 불과하다. 선거는 땅따먹기이다. 집권을 하려면 상대 정당보다 넓은 땅을 차지해야 한다. 양당제에서 더 넓은 땅을 차지하려면 정치적으로 좌나 우로 치우지지 않고 가운데에 위치해야 한다. 이 이론을 제시한 사람은 호텔링(Hotelling)이라는 경제학자다. 논리는 간단하다. A정당이 중도우파, B정당이 중도좌파인 경우 A정당은 우파 유권자들의 지지를, B정당은 좌파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는다. 다만, 중간에서 멀어지면 불리하다. 대다수 유권자들은 중간에 몰려 있다. 극우나 극좌 성향의 유권자는 그 수가 적다. 상대 정당보다 한 표라도 더 얻으려면 중간으로 이동해야 한다. 두 정당이 중간으로 이동하면 정당 간 차이가 없어진다. 이 현상이 가덕도신공항 사례에서 나타난 것이다.
호텔링의 이론이 성립하려면 하나의 가정이 필요하다. 중도우파인 A정당이 중간으로 이동해도 우파 유권자들이 여전히 A정당을 지지해야 한다. A정당이 중간으로 이동해도 상대적으로 우파적이면 우파 유권자들은 A정당을 지지한다. A정당에 불만이 있어도 대체할 정당이 없기 때문이다. 이 이론은 이른바 집토끼·산토끼 이론과 통한다. 잡아서 집에 가둔 토끼는 갈 곳이 없고 도망칠 힘도 없다. 주인이 없는 산토끼만 잡으면 선거에서 이긴다. 산토끼를 잡으려면 공(功)을 들여야 한다. 국민의힘은 대구경북을 집토끼로 생각한다. 국민의힘에 부산은 산토끼이다. 이 생각이 가덕도신공항 사례에서 드러났다.
유권자들이 어떻게 해야 정당이 기회주의적인 행태를 그치는가? 무기력한 집토끼로 있는 한 정당의 배신은 필연적이다.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 긴장하게 만들어야 한다. 두 가지 방법이 가능하다. 정당을 바꿀 수 있다. 이는 지지하는 정당에서 이탈(exit)하는 것이다. 물론, 이탈했다가 복귀할 수 있다. 소비자가 제품을 A에서 B로 바꾸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목소리(voice)를 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이는 정당에 항의하는 것이다. 항의하는 경우 지지하는 정당에서 이탈하지는 않는다. 소비자가 A제품을 쓰면서 기업에 불만을 제기하는 것과 같다.
이탈과 항의는 상호 보완적이다. 이탈할 수 있어야 항의가 효과적이다. 대구경북 주민들은 국민의힘에 대한 충성도(loyalty)가 높다. 충성도가 높으면 항의가 효과적이다. 가덕도신공항과 관련해서 대구경북 주민들의 국민의힘에 대한 감정은 분노와 서운함이다. 분노와 서운함은 애정과 동일하다. 국민의힘에 애정이 없다면 화를 내거나 서운해할 이유가 없다. 지난 주말 '가덕도신공항특별법'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했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특별법'은 통과되지 않았다. 국민의힘이 대구경북을 집토끼로 생각하는 한 배신은 계속된다. 이탈하거나 항의하지 않으면 국민의힘은 기회주의적인 행태를 그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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