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단호한 일벌백계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요즘 자고 나면 터져 나오는 게 배구계 '학교폭력 미투'다. 다음에는 누굴까. 어느 팀일까.

초등학교 시절 운동부 활동을 한 기자는 (경기력을 고려한) 스포츠 폭력에 온정적이다. 개인에 대한 폭력과 인격 유린은 다르지만, 체벌 없는 스포츠를 생각하기가 쉽지 않다. 팀 스포츠와 군대의 얼차려 같은 단체 기합이다.

이재영·다영(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쌍둥이 여자 배구 선수의 몰락을 지켜보면서 그들의 재능이 아깝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세터로 180㎝의 큰 키를 지닌 이다영의 부재는 국가대표 전력에 큰 손실이다. 이재영의 맹활약이 없었다면 도쿄 올림픽 출전 티켓은 태국에 돌아갔을 수도 있다.

두 선수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은 피해자를 고려하면 부끄러운 일이지만 이런 의견을 가진 스포츠 팬도 꽤 있다. 쌍둥이가 소속한 흥국생명과 한국프로배구연맹, 대한배구협회도 잘못된 판단을 해 홍역을 앓고 있다.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온정주의적이고 우유부단한 조치를 했기 때문이다.

흥국생명은 쌍둥이 선수의 학교폭력 사태 수습 방안으로 무기한 출전정지 징계를 내렸다. 이번 사태가 조용해지면 언제든지 복귀 가능한 애매모호한 조치였다. 여기에 선수의 심리적인 안정이 필요하다며 선수 보호에 중점을 뒀다.

프로배구연맹은 소속 팀에 문책을 돌렸고, 대한배구협회는 이를 지켜본 뒤 무기한 국가대표 자격 박탈을 결정했다.

다분히 프로배구의 미래 흥행을 염두에 둔 조치였다. 미봉책이었음을 드러내듯 배구계 학교폭력 미투는 이어졌고, 박철우(한국전력) 선수의 이상열(KB손해보험) 감독에 대한 저격으로 국민적인 공분이 터져 나왔다.

배구계는 처음부터 일벌백계로 이를 수습했어야 했다. 지난 2009년 당시 국가대표팀에서 박철우 선수를 폭행한 이상열 코치의 징계와 해제 과정을 보면 피해자 보호보다는 기득권의 '자기 식구 감싸기' 행태가 드러난다.

비단 배구계 일만은 아닐 것이다. 국내 모든 스포츠가 경기력 향상과 성적 지상주의에 목을 매어 왔기에 폭력을 근본적으로 잉태하고 있다. 국민은 단호한 일벌백계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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