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중대재해처벌법, 보완이 필요하다

김강석 중소기업중앙회 대구경북중소기업회장

김강석 중소기업중앙회 신임 대구경북중소기업회장
김강석 중소기업중앙회 신임 대구경북중소기업회장

지난 1월 중대 산업재해가 발생하는 경우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및 법인 등의 처벌을 핵심으로 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됐다.

산업 현장에서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목숨을 잃는 경우까지 발생하는 현실 앞에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의 필요성은 누구나 공감한다. 경제계 또한 마찬가지다. 그러나 사업주에 대한 처벌 위주의 제도가 과연 당초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상으로도 사업주의 책임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의무 조항만 1천222개이고, 새롭게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에는 여기에 더해 중대 재해가 발생하면 단 한 번의 사고만으로도 대표에 대한 징역 또는 벌금, 법인에 대한 벌금, 기업에 대한 영업 중단 등 행정 제재 그리고 손해액 5배 이내 징벌적 손해배상 등 4중의 처벌을 명시하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산업재해는 여러 원인이 있을 뿐 아니라, 사업주가 모든 것을 컨트롤하지 못하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중대 재해의 책임을 사업주에게만 돌리는 것은 지나치게 과한 부분이 있다.

특히 우리 사회 구조적 문제인 '위험의 외주화'로 사고 발생률이 높은 일은 기업 생태계의 최말단에 있는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몫이 되고, 이로 인한 책임은 더욱 커지게 될 것이므로 영세한 중소기업의 입장에서는 매우 큰 경영 부담으로 다가오게 될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한 경제계에서는 법 제정 전부터 여야 대표, 대국회 건의, 지역별 기자회견 등을 통해 이러한 우려를 발표했지만 법은 통과됐다.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의 중대 재해, 특히 사망사고가 발생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은 충분히 공감하면서도 중소기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기업인에 대한 부정적 사회 통념이 자리 잡는 것은 아닌지 아픈 마음으로 법 통과를 지켜보았다.

중소기업 사장은 중세시대 소작농을 수탈하던 봉건영주도, 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를 착취하던 제국주의자도 아니다. 사업주는 현장에서 함께 땀 흘리는 내 가족과 같은 근로자의 사고를 예방하려고 노력하지 조장하거나 방관하는 경우는 단연코 없다.

그러나, 새로 제정된 법에 따르면 사업주는 의무를 다하면 면책이 된다고 하지만 그 의무가 매우 포괄적이고 광범위해 사고 발생 시 사업주 처벌로만 결론지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법률적 대응 능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은 '사고=사장 구속'이라는 공포에 떨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에 의하면, 중소기업의 80%가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으로 경영 부담을 느끼고 있는 반면, 대응 계획은 근로자 안전교육을 강화하겠다는 것 외에는 특별한 대안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나 정부에는 이러한 중소기업인들의 현실적 두려움을 감안해 중대 사고 발생 시 사업주 징역 1년 이상 처벌을 산업안전보건법 수준인 7년 이하로 변경하고, 현장에서 수용 가능한 수준의 관리상 의무를 구체적으로 규정, 50인 이상 300인 미만 기업에 대한 2년간 유예기간 부여 등 입법 보완으로 사고 예방과 기업 운영이 조화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할 것이다.

노동자와 사업주는 제로섬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다. 노동자가 안전하게 작업하면 사업주가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가 안전하게 작업하고 즐겁게 일해야 기업이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다. 이번을 계기로 우리 중소기업인들도 사고 없는 사업장을 만들기 위해 부족한 부분이 있는지 다시 한번 살피고 또 살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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