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故) 정유엽군 아버지 도보행진 이틀째, 영대 병원서 경북 칠곡으로

행진 전 기자회견서 의료공백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 강조
의료공공성 강화 위해 주치의 제도·공공의료인원 확충 필요

지난해 코로나19로 의심돼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숨진 17살 정유엽 군의 아버지 정성재 씨가 경산에서 청와대까지 도보행진을 나선 가운데 23일 영남대병원 호흡기센터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영광 인턴기자, 임재환 인턴기자
지난해 코로나19로 의심돼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숨진 17살 정유엽 군의 아버지 정성재 씨가 경산에서 청와대까지 도보행진을 나선 가운데 23일 영남대병원 호흡기센터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영광 인턴기자, 임재환 인턴기자

지난해 코로나19 1차 대유행 당시 의료공백으로 숨진 고(故) 정유엽(17) 군의 아버지 정성재 씨가 진상규명과 의료공공성 강화 등을 요구하며 나선 도보 행진이 2일 차에 접어들었다.

23일 정 씨를 비롯한 30여 명의 정유엽사망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오전 10시 영남대 의료원을 출발, 경북 칠곡군 지천역까지 약 16.7km를 행진했다.

이날 도보 행진에 앞서 정 씨는 영남대 의료원 호흡기 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공백의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강조했다.

정 씨는 "K-방역의 이면에 감춰져 잘 알려지지 않았던 사회적 약자인 서민과 소외계층 그리고 장애인 분들이 강요당했던 일방적인 희생은 또 다른 형태의 의료공백을 말해주고 있다"며 "유엽이와 비슷한 죽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진경 보건의료노조 대경본부장은 "공공병상 부족은 물론, 지역 간의 양극화가 매우 심각해 지역 간 치료 가능 사망률이 최대 2~3배까지 차이를 보인다"며 "지역의료의 붕괴가 의료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고 왜곡된 의료체계로 국민 의료비는 증가해 의료공공성은 심각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의심돼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숨진 17살 정유엽 군의 아버지 정성재씨가 23일 영남대병원에서 경북 칠곡 지곡역까지 도보행진에 나섰다. 이영광 인턴기자, 임재환 인턴기자
지난해 코로나19로 의심돼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숨진 17살 정유엽 군의 아버지 정성재씨가 23일 영남대병원에서 경북 칠곡 지곡역까지 도보행진에 나섰다. 이영광 인턴기자, 임재환 인턴기자

이어진 도보 행진에서는 의료시스템 체계 탈바꿈을 위해 주치의 제도와 공공의료인원 확충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남은주 코로나19 대구공동행동 대표는 "코로나19 등 감염병이 유행했을 때, 중요한 것은 병원 수가 몇 개냐 얼마나 많은 병상이 있는지가 아닌 공공시스템 자체가 얼마나 잘 돌아가느냐다"며 "지방자치단체는 관련 제도 정비나 법 조례 제정으로 구체적이고 본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22일 경산중앙병원에서 출발한 도보 행진은 앞으로 청와대까지 23일 동안 진행할 예정이다. 24일은 칠곡군 지천병원에서 칠곡군보건소까지 16km를 행진한다.

한편 정 군은 지난해 3월 12일 오후 7시 고열 상태로 경산중앙병원 선별진료소를 찾았으나 문이 닫혀 방문하지 못했다. 다음 날에는 폐 촬영과 약 처방만 받고 귀가했다. 이후 영남대병원에 입원했으나 3월 18일 급성폐렴으로 숨졌다. 이 과정에서 정 군이 받은 코로나19 검사는 모두 13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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