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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다 새책]과학이란 무엇인가/버트런드 러셀 지음/장석봉 옮김/사회평론 펴냄

과학이란 무엇인가/버트런드 러셀 지음/장석봉 옮김/사회평론 펴냄

1935년 첫 출간된 이 책은 첫 장부터 중세 과학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종교가 어떻게 물리학자들에게, 이어서 생물학자들에게 패해 퇴각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코페르니쿠스 논쟁, 즉 태양계의 중심이 지구인가 태양인가를 둘러싼 논쟁은 과학과 종교 사이 최초의 갈등이었다. 케플러, 갈릴레오, 뉴턴 등 과학자들은 새로운 우주관을 내놓을 때마다 기존 권위에 도전했다는 이유로 탄압을 감내해야 했다.

의학 역시 발전할수록 갈등은 정치적 영역으로 넓혀졌다. 여성은 '창세기'에 쓰인 한 문장 '너는 고생하지 않고는 아기를 낳지 못하리라'고 신이 이브에게 한 말 때문에 한때 출산의 고통을 줄이는 마취제를 쓰는 일이 금지 당하기도 했다. 또 전염병을 막을 예방접종은 죄를 지었으면 천벌을 받아야 마땅한 인간이 '신의 심판을 좌절시키려는 시도'로 여겨져 반대에 부딪쳤다. 이런 사실은 오늘날의 시선에서 보면 참으로 얼토당토않은 일이지만 당시로는 엄연한 사실이었다.

'진리를 찾아 나선 인류의 지적 모험에 건네는 러셀의 나침반'이라는 부제처럼 책은 과학을 매개로 세상을 이해하려는 인류가 도전해온 분야들을 차근차근 안내하고 있다.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영혼과 영혼 불멸, 자유와 결정론에 대한 논의라고 할 수 있다. 마음이라고 불릴 만한 모든 정신 현상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과학법칙에 예외 없이 지배받는 인간은 맹목적 운명의 손아귀에 놀아나는 꼭두각시인가? 해답은 책 속에 있다.

저자인 러셀은 20세기를 대표하는 지성인으로 철학자이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문필가로 수학과 철학, 과학, 역사, 교육, 정치, 종교,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70여권의 저서를 남겼으며 하루에 평균 3천 단어 이상의 글을 써낸 초인적 능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아울러 아인슈타인, 디킨슨, 케인스, 화이트헤드, 조지프 콘래드, 비트겐슈타인 등 한 세기를 풍미한 거장들과 교류하며 큰 발자취를 남긴 뒤 1970년 98세로 생을 마감했다. 272쪽, 1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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