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천조국(千兆國)

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문재인 대통령을 고려 태조(太祖)나 중국 한나라 고조(高祖)에 비유해 천조(千兆)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를 몸소 개국하시고, '수레가 소를 끈다'(소득주도성장)는 신공술로 단박에 '국가 채무 1000조원 시대'를 활짝 여셨으니 하는 말이다.

우리나라 국가 채무는 올해 안에 10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지난해, 2021년도 예산을 편성할 당시 기재부는 국가 채무를 956조원,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을 47.3%로 예측했다. 여기에 3월 중 4차 재난지원금 집행을 위한 20조원 규모의 추경(국가 채무 976조원), 문 대통령의 '전 국민 위로금'을 얹으면 국가 채무는 연내 1000조원을 넘어서고, 국가 채무 비율은 50%를 넘게 된다.

갈수록 경제 규모가 커지고, 성장에는 인플레이션이 따르는 만큼 채무 역시 커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사상 최대 채무'가 특별히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국가 채무 증가 폭은 역대 정부 증가 폭과는 다른 양상이다. 노무현 정부(2003년 대비 2008년) 165조8000억 원, 이명박 정부(2008년 대비 2013년) 180조8000억원, 박근혜 정부(2013년 대비 2017년) 170조4000억원 증가와 비교하면 문재인 정부(2017년 대비 2022년) 410조원 이상 증가 전망은 '예상을 뛰어넘는 증가'가 틀림없다.

국가 채무 급증은 코로나19 탓도 있지만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과 '세금으로 일자리 만들기' 탓이 크다. '소득주도성장'은 소득이 늘면 경제가 성장한다는 논리인데, 정부가 내놓은 소득 증가 방안은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복지 확충 등이었다. 최저임금을 올리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만들고, 복지를 늘리면 성장할 것 같지만, 실제 새롭게 창출되는 부가가치는 없다. 소득격차만 더 늘어났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살아남은 근로자'와 '직장을 잃은 근로자'의 소득격차가 커졌기 때문이다.

반성하고 정책을 바꿔야 하지만 정부·여당은 '돈을 더 쓰겠다'고 공언한다. 어쩌면 연내 '천조국'(千兆國) 지위를 다지고, 한 단계 더 도약을 꿈꿀지도 모르겠다. 덕분에 미국에서 태어난 것도 아닌데 '천조국 국민' 소리를 다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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