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다시 되살린 거창국제연극제 불씨

구인모 거창군수
구인모 거창군수

필자가 지난 2018년 7월 거창군수로 취임할 당시 지역에는 골치 아픈 '3대 난제'가 놓여 있었다. 첫 번째가 거창구치소 건립 문제요, 두 번째가 창원지방법원 거창지원과 창원지방검찰청 거창지청의 법조타운 내 이전 문제, 그리고 세 번째가 바로 거창국제연극제 정상화 문제였다.

거창구치소 건립 문제는 주민투표까지 가는 민주적 절차를 통해 현 장소로 확정되었고, 이후 순조롭게 진행되어 내년 8월 완공될 예정이다. 또 거창지원과 지청도 거창구치소 인근으로 옮겨 타운화하는 계획이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최종 승인 공문을 받아 매듭이 지어졌다.

마지막 남은 게 거창국제연극제 정상화 과제였다. 앞서 거창국제연극제는 불투명한 예산 집행과 상표권 사용 등으로 2016년부터 보조금 지원이 중단되고, 파행 운영으로 거창군의 갈등 요인이 되고 있었다. 이에 필자는 2018년 지방선거에 나서면서 거창국제연극제를 정상화시키겠다고 선거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군수 당선 이후에 수차례 협의를 거친 후 거창국제연극제 상표권을 군으로 이전하는 것이 최선의 대안이었다. 하지만 양측 평가팀의 감정가격 차이가 워낙 커 집행위원회 측에서 소송을 제기하면서 법적 분쟁으로 가게 되었다.

급기야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거창군이 집행위에 17억3천500여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오면서 거창군과 집행위는 협의를 거듭한 끝에 마침내 지난해 12월 10억 원에 상표권을 이전한다는 합의서를 체결하기에 이르렀다. 이어 올 2월에 집행위원회로부터 상표권 4개를 거창군이 최종 이전받음으로써 그동안 군정의 걸림돌이 되어 왔던 3대 악재가 모두 해결된 셈이다.

거창군은 지난 수십 년간 서부 경남의 중심지로 불려 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외부에 이렇다 하게 내세울 만한 문화적 자산이 없다는 점이 군민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30여 년을 이끌어 온 거창국제연극제는 그나마 거창의 문화적 자존심을 지켜준 유일한 자산이었다. 그런 국제연극제가 휘청거리게 되자 군정의 책임자인 군수로서는 책임과 부담의 무게로 잠이 오지 않는 날이 계속되었다.

얽히고설킨 매듭은 시간이 걸리고 힘이 들어도 차분하게 정공법으로 풀어가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 과정에서 지역 일각에서 오해를 받기도 하고 문제 해결 노력이 벽에 부딪힐 때는 안타까움과 함께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한번 어그러진 일을 봉합하려면 몇 배의 에너지가 소비된다는 교훈도 얻었지만 마지막 고비에서 최악의 상황을 피하고 타협의 물꼬를 틀 수 있었던 것은 결국 거창 군민이 뒤에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쪽 당사자로서 문제 해결을 위해 대승적 결단을 내려 준 거창국제연극제 집행위를 비롯해 힘을 보태 준 거창군의회와 군민들께 지면을 빌려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난산 끝에 옥동자가 나온다고 했다. 30여 년을 이어온 거창국제연극제가 뜻하지 않게 파행을 겪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제자리로 돌아왔다. 이제는 꺼져가던 불씨를 어떻게 되살리고 어떻게 발전적으로 이어가야 할 것인지에 매달릴 때다.

지금부터 알차게 준비해서 올해는 거창국제연극제가 다시 살아나는 부활의 원년으로 만들고 싶다. 때마침 지난해 3월에는 거창연극고등학교도 문을 열었다. 연극도시 거창으로서는 지원군이 또 하나 늘어난 셈이다.

이런 기회 요소들을 잘 살려 나간다면 거창국제연극제가 지난 5년 동안의 잃어버린 시간을 만회하고 거창의 미래 먹을거리 문화상품으로 더 높이 날아오르게 될 것임을 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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