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부모와 함께 나누고픈 북&톡] 부모도 부모가 처음이고 자녀도 자녀가 처음이다

'이상한 정상 가족'과 '페인트'

세상에 완벽한 부모, 미리 연습한 부모가 있을까요? 요즘엔 자녀 수도 많지 않아 노하우를 축적할 틈도 없습니다. 그래서 부모는 항상 서툴기만 한 것일까요? 마찬가지로 자녀들도 자녀 역할이 처음입니다. 세상에 태어나 보니 부모님뿐만 아니라 그 어떤 것도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부모와 자녀, 예행연습이 없는 삶에서 어떻게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김희경의
김희경의 '이상한 정상 가족' 표지

◆가족 내 가장 취약한 영혼, 아이는 안전한가?

최근 16개월 입양아 학대 사망 사건으로 우리 사회는 함께 슬퍼하고 분노했습니다. 가정은 아이에게 가장 안전한 곳이어야 하지만 때론 가장 위험한 곳이 되기도 합니다. 아이를 중심에 두고 가족의 문제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 있습니다.

'이상한 정상 가족'(김희경 지음)은 넬슨 만델라의 문장을 인용해 화두를 이끌어냅니다. "한 사회가 아이들을 다루는 방식보다 더 그 사회의 영혼을 정확하게 드러내 보여주는 것은 없다." 가족 내 가장 취약한 사람인 아이를 대하는 방식이 바로 우리 사회의 민낯이고, 부모의 민낯을 여과 없이 만나는 사람이 자녀들입니다.

아동 관련 단체에서 일하며 아이들의 수난사를 지켜본 저자는 우리 사회가 유감스럽게도 아이들에게 폭력적이라고 단언합니다. 많은 사회 문제가 가족과 연결돼 있다고도 합니다. 사람들의 의식가 제도가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에 갇혀 있는 걸 그 원인 중 하나로 꼽습니다.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는 결혼제도 안에서 부모와 자녀로 이뤄진 핵가족을 이상적 가족의 형태로 간주하는 사회 문화적 구조와 사고방식을 말합니다. 이는 실제로 조손 가정, 한부모 가정, 미혼모(부)와 그 자녀, 이주 아동 등 '정상 가족' 바깥에 있는 이들을 '비정상'으로 구분 짓고 차별하게 합니다.

또 자녀를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라 부모의 소유물 정도로 생각하는 가족 내 위계 구조와 가족주의를 문제점으로 지적합니다. 극단적인 사례긴 하지만 부모가 세상을 버릴 때 자신의 뜻대로 자식을 '처분'하는 행위를 두고 '가족 동반자살'이라 쓴다는 겁니다. 저자는 이를 '자녀 살해 후 자살'이라 표현하는 게 맞다고 주장합니다.

이희영의
이희영의 '페인트' 표지

◆ 만약 부모를 선택할 수 있다면?

부모와 자녀의 관계를 생각해보게 하는, 독특한 발상의 소설책이 있죠. '페인트'(이희영 지음)에선 자녀들이 면접을 통해 자신의 부모를 직접 고를 수 있습니다. 이게 가능하다면 아이들은 어떤 부모를 선택할까요?

아이 낳기를 기피하는 미래의 한국 사회. 여러 출산 장려책이 효과가 없자 정부는 새로운 길을 찾습니다. 버려진 영유아와 청소년들을 정부에서 데려와 키우는 방식을 채택합니다. 이러한 국가의 아이들(Nation's Children)은 NC 센터에서 '페인트'라는 부모 면접을 통해 새로운 가족을 이룹니다.

하지만 열아홉 살까지 새로운 가족을 찾지 못하면, NC 센터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사회에 편입해야 합니다. 미래 사회를 그리고 있지만 '정상 가족'에 대한 강박이 여전함을 엿볼 수 있어 씁쓸한 웃음을 짓게 됩니다.

17살인 주인공 제누, 센터의 아이들, 선생님, 그리고 예비 부모의 이야기가 가족이라는 소재를 중심으로 펼쳐집니다. 우리 부모님은 어떤 분인지, 나는 어떤 부모를 원하고 부모님께는 어떤 자녀인지 생각해보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앞서 언급한 '이상한 정상 가족'에서는 가정 내 체벌을 법적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이는 다양한 찬반 논쟁을 불러올 것입니다. 이와 함께 생각해 볼 부분은 가족의 문제에 국가는 어느 정도 개입해야 하느냐입니다. 자녀는 부모에게도 소중한 존재이지만, 국가의 측면에서도 소중한 미래이기에 더 늦기 전에 논의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가족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자 본질은 무엇일까요? 사랑이 아닐까요? 하지만 각자가 생각하고 표현하는, 사랑의 방식이 너무나 다릅니다. 부모와 자식이 가족이라는 틀에선 하나일지라도 각 인격체는 독립적이며 수평적입니다. 자녀는 부모의 아바타나 대리인, 소유물이 아니라는 인식과 실천이 필요합니다.

누구나 정답은 아는데 쉽지만은 않습니다. 완벽한 부모나 자식은 없음을 떠올리며 자녀들과 위의 책들로 대화의 물꼬를 터보는 것은 어떨까요?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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