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군 헬기사격훈련장 ‘포천→포항' 급변경, 北 눈치 보기 때문?

권익위, 수성사격장 현장 피해 조사…주민, 국방부에 3개 의혹 제기
"수도권과 대구경북 지역 차별, 해병대 항공대대 창설도 원인"

국민권익위 현장조사단이 포항 수성사격장 인근 주민들을 만나 주한미군 아파치헬기 사격훈련에 따른 소음 등 피해 내용을 듣고 있다. 신동우 기자
국민권익위 현장조사단이 포항 수성사격장 인근 주민들을 만나 주한미군 아파치헬기 사격훈련에 따른 소음 등 피해 내용을 듣고 있다. 신동우 기자

민-군 갈등을 겪고 있는 경북 포항 수성사격장 문제(매일신문 지난 19일자 10면 등)와 관련, 주한미군 아파치 사격훈련 장소가 갑작스레 변경된 이유가 '정부의 북한 눈치보기' 때문일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수성사격장 갈등 중재를 진행 중인 국민권익위원회는 24일 현장조사단을 파견해 경북 포항시 남구 장기면 수성사격장 일대 주민들을 상대로 소음 진동 등 피해 확인에 나섰다.

이날 조사 과정에서 장기면 주민들은 국방부가 주한미군 훈련장소로 수성사격장을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대북기조 변화 ▷수도권·TK지역 차별 ▷포항 해병대 항공대대 신설 등 3가지 의혹을 제기했다.

수성사격장 갈등은 지난 2019년 2월 경기도 포천 로드리게스 훈련장에서 시행되던 주한미군 아파치헬기 사격훈련을 포천 주민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포항 수성사격장에 변경하면서 시작됐다.

이 시기에 베트남 하노이에서 북미정상회담이 추진되는 등 평화 무드가 만연했던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의심스러운 대목이라는 것이 주민들의 설명이다.

비슷한 시기 국방부는 2018년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취소한 바 있다. 이듬해 1월부터는 기존 키리졸브(KR) 한·미 연합훈련을 '동맹'으로 이름을 바꾸고, 핵심 종목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대체하는 등 훈련 규모 전체를 축소했다.

수성사격장 인근 주민은 "로드리게스 훈련장은 처음부터 주한미군의 각종 훈련을 위해 지어진 곳이다. 어느 지역이든 주민 반대가 일어나는게 당연한데, 포천에서 해결을 보지 않고 굳이 포항으로 갈등의 불씨를 옮긴 이유가 뭐냐"면서 "현 정권의 대북 기조를 살펴보면 북한 바로 아래서 시행되던 미군 훈련을, 북한을 덜 자극할만한 후방으로 옮긴 것이 아니냐"고 따졌다.

4일 경북 포항시 남구 장기면 수성사격장 앞에서 장기면민이 사격장 폐쇄와 주한미군 아파치헬기 사격훈련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는 가운데 아파치헬기가 사격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경북 포항시 남구 장기면 수성사격장 앞에서 장기면민이 사격장 폐쇄와 주한미군 아파치헬기 사격훈련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는 가운데 아파치헬기가 사격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민들은 서울과 가까운 포천 훈련장을 보수텃밭인 TK지역으로 옮겨 정치적 차별 여론을 불러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지난 2019년 11월부터 해병대가 1항공대대를 창설한 점도 국방부가 헬기 사격훈련장을 수성사격장으로 밀어붙이는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주장이다. 주한미군 헬기 훈련과 더불어 해병대의 신설 항공대대의 훈련장소로 쓰기 위해 수성사격장을 밀어붙인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해병대 관계자는 "항공대대에 관한 향후 일정은 주민들의 이야기와 달리 현재 전혀 정해지지 않았다. 지금 이 내용을 얘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훈련장 이전은 국방부가 정치적 영향보다는 여러 여건을 따져 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해병대는 민·군 간 원만한 협의를 위해 지원활동을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26일 이정희 국민권익위 부위원장이 직접 포항 현장을 찾아 주민반대위·국방부·해벙대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중재 조정을 위한 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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