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여당의 차별·배제 소환

정인열 논설위원
정인열 논설위원

'인도 왕국에서 온 허황옥 황후와 바다 건너 태어나 신라 왕이 된 석탈해….' 사서(史書)인 삼국유사와 삼국사기에는 뒷날 통일신라 왕국의 땅이 된 나라의 왕족에 얽힌 다양한 출생 사료 등을 담고 있다. 이들 외에 오늘날 우리가 사는 땅 밖 다른 곳을 떠나 이주(移住)해 온 사람들 이야기도 여럿 나온다.

물론 반대 경우도 숱하다. 살던 나라가 문을 닫으면서 나라 밖으로 강제로, 또는 살길을 찾아 나서면서 일본, 중국 등지로 흩어진 이산(離散)의 슬픈 일이 그렇다. 패망 고구려와 백제의 왕족, 신하, 백성 가운데 소위 유민(流民)이란 이름으로 나고 자란 고향 땅에 묻히지 못하고 물설고 낯선 타향에서 한(恨)스러운 삶을 마친 수십만 사람이다.

이산의 슬프고 아픈 역사는 뒷날 조선이 일본 제국주의자에게 통째로 나라를 바치면서 식민지 지배 통치 아래 수백만 망국민(亡國民)이 중앙아시아 등 곳곳으로 헤어지면서 되풀이됐다. 이는 광복된 독립 한국에서도 전쟁과 가난 등으로 피할 수 없는 숙명이었다. 노동을 위해 독일에 간 광부, 간호사의 일시 또는 영원한 이산도 다르지 않다.

이런 고향 떠난 이주와 가슴 쓰린 이산의 역사를 간직한 백성이었던 만큼, 울타리 안으로 이주 온 사람은 보듬고 안았다. 그리고 나라 밖으로 떠난 이가 핍박과 차별 없는 삶을 맞기를 간절히 바라고 기원했을 터이다. 이는 같은 역사와 문화, 피를 나눈 민족 구성원으로서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또 앞선 사람들이 차별 대신 유독 평등을 외친 까닭이다.

그러나 시대 상황이 전혀 다른 요즘의 한국에서 이와 어울리지 않는 낯선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정치의 이념과 성향 그리고 지향하는 색깔이 다르다는 이유로 그곳 사람과 지역을 배제하고, 차별하는 이른바 갈라치기와 편가르기 정치 병폐이다. 특히 4월 보궐선거 밑 특정 지역을 위한 속셈으로 급조한 공약 실천에 앞장선 여당이 그렇다.

부산시장 선거를 겨냥한 가덕도신공항 건설 공약을 위해 대구경북을 차별하고 배제하는 여당의 정치가 너무 낯설다. 국회 다수의 힘만 믿고 민심에 어긋나는 특별법까지 동원하는 정치 행태를 보면 우리 역사와 걸맞지 않는 반역사의 차별과 배제를 소환하는 묘수(?)가 씁쓸하고 도돌이 역사가 그저 한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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