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 남성이 강원도 고성 육군 22사단의 경계망을 뚫고 귀순하는 과정에서 우리 군을 피해 다닌 '비밀'이 드러났다. 우리 군에 귀순하면 강제로 북송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군을 피하면서 민가(民家)를 찾아 남하했다는 것이다. 남북 분단 이후 지금까지 이런 일은 없었다. 문재인 정권의 대북 저자세가 낳은 기막힌 현실이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23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북한 남성이 왜 군 초소를 피해 다녔느냐'는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의 질의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군 초소에 들어가 귀순하면 다시 북한으로 돌려보낼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민가로 가려고 한 것 같다"고 답변했다. 남한 당국에 대한 북한 남성의 불신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태다.
그 불신은 문재인 정권이 초래했다고 할 수밖에 없다. 2019년 11월 귀순 의사를 밝힌 탈북 선원 2명을 흉악범이란 이유로 강제 북송한 것이 이번 '민가 귀순' 시도로 이어진 셈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강제 북송 사실이 북한 내부에도 알려지면서 탈북을 계획하는 북한 주민들에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한다.
강제 북송은 명백한 헌법 위반이자 비인도적 행위라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였다. '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고 규정한 헌법 제3조에 따라 북한 주민은 우리 국민이다. 그럼에도 국가안보실장 때 이 사건 처리를 지휘한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북한 선원이 '흉악범으로서 대한민국 국민 자격이 없다'는 식으로 강변했다. 대한민국 국민 자격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권한을 누가 국가안보실장에게 줬나? 어느 법 어느 조항에 흉악범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라고 돼 있나?
강제 북송은 탈북민들에 대한 문 정권의 시각을 잘 보여줬다. 탈북민이 '남북 관계의 걸림돌'이라는 인식이다. 강제 북송으로 북한 주민은 그것을 알게 됐을 것이다. 이번 민가 귀순 시도는 그에 따른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탈북민이 대한민국 군을 못 믿겠다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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