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앞두고 낯 뜨거운 언쟁이 벌어졌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국민 불안이 커지면서, 국민 불안을 덜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1호 접종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국가원수가 실험 대상이냐?" "대통령을 끌어들이지 마라"고 되받아친 것이다. 전염병이 창궐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실험 대상이냐?" "그럼 국민이 실험 대상이냐?"는 식의 저열한 언쟁이 벌어지는 나라가 세상에 또 있을까.
세계적으로 우리 국민만큼 백신 접종에 거부감이 적은 나라도 드물다. 그래서 접종 시작이 다른 나라에 비해 늦었더라도(24일 현재 세계 104개국 접종 중) 전체 인구의 70%(3천628만 명)가 항체를 가지는 '집단면역' 형성은 다른 나라에 비해 늦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다. 하지만 작금의 논란을 보면, 장담 못 할 것 같다. 여론 조사 기관마다 차이는 있지만, 최근 우리 국민들의 '백신 접종 동의 비율'이 이전보다 떨어진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게 꼬인 것은 정부의 잘못된 대응 때문이다. 정부는 입만 열면 K-방역 자랑을 했지만 정작 백신 확보 경쟁에서는 한참 밀렸다. 지난해, 백신 확보가 지지부진하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정부는 "먼저 접종하는 국가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을 보고…"라며 백신 확보가 늦은 것이 전략이라고 둘러댔다. 비판을 모면하기 위해 백신 안전성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여기에 우리나라 첫 접종에 들어가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만 65세 이상 고령자에게는 효과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발표되고 고령층 접종을 연기하기로 결정하면서 백신 불신이 크게 높아졌다.
백신에 대한 불신과 불안이 커진 것은 다양한 백신을 조기에 확보하지 못한 정부의 무능과 책임 회피성 해명 때문이다. 이제라도 불안을 걷어내고, 접종에 박차를 가해도 부족할 판에 대통령이 맞네, 못 맞네, 실험 대상이네, 아니네 타령을 하고 있다. 딱 이 모습이 이 나라 정치인들이 국민과 나라를 생각하는 수준이다. 한심함을 넘어 역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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