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무능한 군대

정경훈 논설위원
정경훈 논설위원

히틀러는 1936년 독불(獨佛) 접경인 독일 영토 라인란트에 군대를 진주시켰다. 이 지역은 1918년 베르사유 조약으로 프랑스군이 점령했다가 1925년 로카르노 조약에서 프랑스군이 철수하는 대신 영구적 비무장지대로 남기기로 독일과 프랑스가 합의한 곳이다. 여기에 독일 군대를 주둔시키는 것은 베르사유 체제를 뒤엎겠다는 선언이었다.

히틀러가 라인란트로 들어가라는 명령을 내린 병력은 고작 3천 명이었다. 히틀러는 이들에게 프랑스군이 대응하면 물러나라고 했다. 프랑스를 슬쩍 건드려보고 세게 나오면 곧바로 꼬리를 내릴 생각이었던 것이다. 군사력에서 독일은 프랑스에 상대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프랑스의 육군 규모는 76개 사단이었고 1935년 재군비를 시작한 독일은 그 절반도 안 되는 32개 사단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프랑스는 히틀러의 도발을 보고만 있었다. 프랑스 정치인의 생각에는 라인란트에서 독일과 싸운다는 계획은 처음부터 없었다. 원인은 두 가지였다. 첫째 군의 동원에는 하루 3천만 프랑이 소요되는데 이는 대공황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프랑스 재정에 재앙이었다.

두 번째가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다. 프랑스군은 덩치만 컸을 뿐 바로 전투를 할 수 있는 군대가 아니었다. 전투 태세를 갖추려면 무려 16일의 동원 기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히틀러가 유럽 나아가 세계 정복의 야망을 키워간 배경에는 적군의 이런 무능함이 자리하고 있다.

범여권 의원 35명이 '북한 김정은이 반발하고 있다'며 3월로 예정된 한미연합 군사훈련의 연기를 주장하고 나섰다. 병력의 실제 기동 없이 컴퓨터 시뮬레이션 훈련을 한다는 것이 국방부의 방침인데 이마저도 하지 말라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주요 한미연합 훈련은 대부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바뀌었다. 여기서 우리 군이 백전백승한들 그게 진짜 실력인지는 결코 알 수 없다. 실제 병력 동원이 컴퓨터 시뮬레이션처럼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군이 컴퓨터 게임만 잘하는 무능한 군대로 전락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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