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놓고 부산시장 선거에 개입하는 文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41일 앞둔 시점에서 부산을 전격 방문해 가덕도신공항 건설 지지 발언을 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홍남기 경제부총리,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등 신공항 관련 당정청 핵심 인사를 동행시켜 가면서까지 가덕도신공항 힘 실어주기에 나섰다. 국정 책임자로서 잘못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도 모자랄 판인데 문 대통령은 국회 본회의 통과도 전에 가덕도신공항 지원 약속을 현지에서 했다.

선거 승리에 혈안이 된 집권 세력의 폭주가 끝 모르게 이어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가덕도 앞바다를 선상 시찰하며 "숙원이 하루빨리 이뤄질 수 있도록 조속한 입법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신공항 예정지를 눈으로 보고 동남권 메가시티 구상을 들으니 가슴이 뛴다"고도 했다. 심지어 문 대통령은 가덕도 특별법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낸 국토교통부에 대해 질책성 발언까지 했다. 청와대는 부인하지만 상식 있는 사람의 눈에는 노골적 부산시장 보궐선거 지원 행보로 비친다.

이 정권은 알파에서부터 오메가까지 죄다 '내로남불'이다. 20대 총선 선거운동이 한창이던 2016년 4월 8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충북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하자 민주당은 "대통령은 선거 개입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지방 순회 행사를 중단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는 논평을 냈다. 문 대통령의 이번 부산 방문은 박 전 대통령의 충북 방문과는 선물 보따리 규모에서 비교조차 안 된다. 상대 정당이 하면 선거 개입이고 자신들이 하면 대통령의 일상적 지방 방문이라는 해괴한 논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펼치는 그 뇌 구조가 궁금하다.

국토교통부 추산으로 최대 28조6천억원인 천문학적 혈세를 가덕도 바다 아래 집어넣겠다는 법안은 명색이 선진국에 진입했다는 나라라면 상상할 수조차 없다.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정규재 예비후보는 집권 세력의 가덕도 특별법을 "최악의 매표 행위"라고 했고 정의당은 "매표용 대국민 사기"라고 규정했다. 경실련도 성명을 내고 "문재인 정부표 매표 행위"라고 신랄히 비난했다. 이처럼 보궐선거에 눈이 먼 거대 양당을 제외한 나머지 정치 세력과 시민단체들의 판단이 훨씬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다.

그동안 국회 상임위에서는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특별법이 사실상 쓰레기통에 버려졌다. 정부가 약속과 합의를 깨고 가덕도에 공항을 짓기로 했으니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의 민항 부문에도 관심을 가져 달라는 대구경북민의 간절한 호소를 집권 세력은 뭉개버렸다. 지역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는 국정 운영 가치는 그들의 안중에 없다. 이런 집권 세력에게 운전대를 맡겨 놓은 대한민국의 장래가 심히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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