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8시 30분쯤 대구 동구 팔공산자연공원 관리사무소. 최근 산불이 잇따르면서 등산객이 붐비는 주말을 맞아 산불감시 경계가 한층 강화된 이곳엔 긴장감이 감돌았다. 사무실 모니터 화면에 팔공산 주요 지점들이 보였고, 직원들은 회전식 폐쇄회로(CC)TV를 통해 산불이 발생할 수 있는 주요 길목을 확인했다. 사무소가 관리하는 초소는 12곳이고, 11명이 산불감시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9시 10분쯤 산불감시원 추승우(31) 씨가 수태골 산불초소로 갔다. 추 씨는 등산객들을 상대로 "인화 물질은 보관함에 맡겨 두고 가야 한다"며 예방 활동을 벌였다. 소지품 검사 권한이 없다 보니 간혹 예방 활동 중에 등산객과 마찰을 빚기도 한다.
1.5ℓ 등짐 펌프 2개와 갈퀴 등이 있는 수태골 옆 탑골 산불초소에서 산불감시원 홍창영(55) 씨는 무전기를 통해 30분에 한 번씩 사무실에 상황을 보고했다. 경력 7년째인 홍 씨는 정월 대보름날 굿당 인근에 투입됐다. 그는 "정월 대보름을 맞아 평소보다 사람이 많았고, 특히 굿당에는 무속인을 포함해 200여 명이 모였다"며 "곳곳에 기도용 촛불을 피운 흔적이 있어서 혹시 모를 사고를 막고자 순찰을 한다"고 했다.
같은 날 오후 2시쯤 공산동 행정복지센터 내 산불감시사무소. 김상구(72) 산불감시반장을 포함해 10명이 근무 중이었다. 공원 관리사무소와는 별도로 동구청 소속인 이들은 초소 16곳과 감시탑 4곳을 담당한다. 평일엔 6명, 주말·휴일엔 10명이 투입된다. 산불을 발견해 보고하면 구청 내 5분 대기조 20여 명과 헬기 1대가 진화에 나선다.

산불감시 17년 경력의 김 반장은 대형산불을 막으려면 산 전체를 쉴 틈 없이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접 지역에서 날아온 작은 불씨가 큰불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김 반장은 "산 안쪽에만 있으면 어디서 불이 발생하고 있는 지 알 수 없다"며 "대형산불을 막으려면 산 전체를 보며 어디서 연기가 나는지 최대한 빨리 파악한 뒤 초기에 진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팔공산 자락의 일부 마을 사람들이 불법으로 소각행위를 하다보니 잠시라도 긴장을 놓을 수 없다. 등산객이 많아지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는 3~5월은 산불감시에 특히 중요한 시기다. 이날 오후 4시 30분쯤 순찰을 끝낸 김 반장은 이달부터는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모든 인원을 투입해야 하는 날이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김상구 반장은 "등산객들의 인식 개선과 산불 예방 활동 협조가 없으면 감시원과 소방대원들을 아무리 많이 배치해도 소용이 없다"며 "대형 산불을 막고 귀한 산림자원을 보호하려면 시민 모두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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