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법 통과로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불씨를 다시 지핀 '일등공신'은 누구일까. 부산 출신 문재인 대통령도, 호남 출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경북 의성에 연고를 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다. 의성 출신인 오 전 시장 부친은 광복 직후 부산으로 옮겨가 오 전 시장을 낳았다. 오 전 시장이 성추행 사건으로 시장에서 사퇴하지 않았다면 보궐선거는 없었을 것이고, 선거가 없었다면 민주당이 선거 판세를 뒤집으려고 특별법을 밀어붙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특별법 처리 직후 부산은 잔치 분위기다. 이병진 부산시장 권한대행은 "시민 여러분께 특별법이 통과했다는 기쁜 소식을 전해드린다"고 했다. 부산 언론은 "가덕도 신공항 건설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부산·울산·경남이 국가 불균형 병폐를 끊어낼 기회를 잡았다"는 낭보(朗報)를 쏟아냈다. 대구경북은 기쁜 소식을 접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20년 가까이 이어진 '동남권 신공항' 논란 끝에 부산은 가덕도 신공항 가시화란 성과를 이끌어냈다. 제대로 되는 것 하나 찾기 어려운 대구경북으로서는 부산의 끈질김, 치밀함, 팀워크(teamwork), 역량이 놀랍고 부럽다. 부산은 2029년 가덕도 신공항 개항, 부·울·경을 하나로 묶는 동남권 메가시티, 2030 월드엑스포 유치 등 3각 편대로 비상을 도모하고 있다. 대구경북은 무슨 비전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부·울·경은 가덕도 신공항을 앞세워 '수도권 1극(極) 구조'를 타파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800만 인구를 가진 부·울·경이 수도권에 버금가는 2극 지위로 올라서면 대구경북은 수도권과 부·울·경으로 사람과 돈이 빠져나가 생존조차 어렵다. 충청·강원은 사실상 수도권에 편입돼 혜택을 보고, 호남은 정권으로부터 분에 넘친 특혜를 입고 있다. 대구경북만 도태되는 '외로운 섬'으로 남을 판이다.
날개를 단 가덕도 신공항과 달리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특별법은 국회 통과가 좌절됐다. 영남권에 공항 두 개를 짓게 된 상황에서 정부 지원이 불투명한 대구경북 신공항은 '동네 공항'으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 그런데도 대구경북 단체장들과 국회의원들 중 삭발·단식 투쟁하는 사람 한 명 없다. 이런 인사들에게 운명을 맡긴 대구경북의 앞날이 암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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