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택배 수요가 늘면서 종이 가격이 크게 올랐지만 폐지를 수집해 생계를 꾸려가는 노인들의 수익은 제자리걸음이다.
여러 단계로 이뤄진 폐지 유통구조에서 제지회사의 이익은 늘어났지만 가장 아래 단계에 있는 폐지 수집 노인에게는 특수의 영향이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1일 환경부 자원순환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대구지역의 폐지(골판지) 가격은 1㎏당 85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달 가격 58원보다 46.6%나 급증한 것. 코로나로 비대면 활동이 늘면서 배달과 택배 수요가 덩달아 상승해 포장 종이 가격이 올라간 것이다.
폐지 가격 상승은 택배 상자를 생산하는 골판지 업체와 포장재를 생산하는 백판지 업체의 이익 증가로 이어졌다. 백판지를 생산하는 '깨끗한 나라'의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이 520억6천253만원으로, 전년보다 911%나 증가했다. 골판지 제작 업체인 대림제지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180% 상승한 166억원을 기록했다.
문제는 이런 가격 상승의 수혜가 아래 단계인 폐지 수집 노인들에게는 전혀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생 종이 생산 시스템은 '폐지 수집인'에서 시작해 '폐지 수집상'과 '압축상' 등을 거쳐 '제지업체'로 연결된다. 이 과정에서 가격 통제권을 쥐고 있는 제지업체가 원하는 가격에 납품하는 것이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수성구 일대에서 폐지를 수집하는 김모(72) 씨는 "자고 밥 먹는 시간 외에는 쉬는 시간도 없이 일하지만 손에 쥐는 돈은 하루 1만원 남짓"이라며 "폐지 가격이 올랐다는데 하루 종일 모은 폐지를 판 값은 똑같다"고 했다.
폐지 수집상도 '가격 깎아내리기'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했다. 대구 한 폐지 수집상은 "1㎏당 10원도 안 남는 현실을 고려해볼 때 인건비조차 안나온다. 압축상에 폐지를 납품하면 오물과 물기가 묻어있다는 이유로 가격을 30%에서 최대 50%까지 낮춘다. 명확한 기준 없이 자의적으로 가격을 내리는 것이 문제"라고 하소연했다.
그러나 정작 압축상은 가격 통제권이 없다고 항변했다. 압축업체 관계자는 "가격을 말해 줄 수 없지만, 제지업체가 주는 금액 내에서 폐지를 매입해 납품한다. 폐지 수집상에 주는 돈도 제지업체가 정해주기 때문에 마음대로 할 수 없다"고 했다.
이 같은 '가격 깎아내리기'에 대해 유통 단계 중 최상위에 있는 제지업체는 폐지 품질을 이유로 들었다. 한 제지업체 관계자는 "국내에서 수급하는 폐지는 강도가 약해 좋은 품질의 종이를 생산하기가 어렵다"면서 "상대적으로 질이 좋지 않은 국내 폐지가 해외 폐지에 비해 낮은 가격에 형성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김세환 "아들 잘 부탁"…선관위, 면접위원까지 교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