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폰 고장 나서 지금 PC로 문자 보낸 거야. 문자만 가능해. 부탁할 게 있어서. 문자 줘."
대학생 딸을 둔 류모 씨는 지난달 24일 이런 문자메시지를 받고 곧바로 부산에서 자취하는 딸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딸의 휴대폰은 고장나지도 않았고, 문자를 보낸 적도 없었다. 류 씨는 "최근 유행하는 피싱에 당할 뻔했다"고 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활동이 보편화되면서 피싱(금융사기) 범죄도 지능적으로 변하고 있다.
2일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지역에서 발생한 보이스 피싱 피해 규모는 221억원(1천344건)으로, 2018년 103억원(916건)과 2019년 209억원(1천421건)에 비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3년간 1건당 피해액은 1천100만원에서 1천600만원으로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신종 수법인 '메신저 피싱' 검거만 121건 이뤄졌다. 메신저 피싱은 가족·지인에게 접근해 문화상품권 등을 구입해야 한다며 신분증이나 카드번호를 찍어 보내달라고 하는 수법의 사기 범죄다.
문제는 피싱 범죄 조직 대다수가 외국에 근거지를 두고 활동하기 때문에 검거가 어렵고, 범인을 잡더라도 대부분 국내 말단 조직원이어서 피해액을 돌려받기도 힘들다.
대구지법이 선고한 피싱 관련 최근 10개 형사사건을 살펴보면, 자신의 통장·휴대폰이 피싱에 이용됐거나, 고액 아르바이트 공고를 보고 조직원에게 현금을 전달하다가 현금 수거책으로 처벌받은 사례 등이 대부분이었다. '윗선'을 검거해 처벌한 사례는 없었다.
김영범 변호사는 "검찰 단계에서 기소중지를 하는 경우가 많고 가해자를 처벌해도 피해자는 대부분 피해액을 돌려받지 못한다"며 "피싱 범죄를 예방하려면 절대로 통장이나 계좌를 타인에게 빌려줘선 안된다"고 했다.
피싱 수사를 담당하는 대구 한 경찰은 "피싱 범죄는 말단 인출책과 운반책 검거가 대부분이다. 인터넷 주소를 추적하면 거의 대부분 외국"이라며 "범죄 피해를 당했다고 생각되는 즉시 금융회사나 금융감독원 콜센터에 전화해 계좌 지급정지를 요청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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