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설CEO] <12>한정훈 한창실업 대표 "3D 건설, 사회서 대접받는 날 꼭 올 것"

인류 실생활과 밀접 관계, 미래에도 없어지지 않아
외국인 노동자 계속 증가, 국내 인력 감소가 주원인
중대재해법 처벌만 강조, 사고 예방 노력도 고려를

한정훈 한창실업(주) 대표이사.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한정훈 한창실업(주) 대표이사.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한정훈(38) 한창실업(주) 대표는 "3D(어렵고, 더럽고, 위험한 일) 업종으로 폄훼시 되고 있는 건설업이 다시 사회의 주요 보직으로 대접받는 날이 반드시 돌아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첨단 산업에 최우선 관심을 두는 현대의 추세와는 거리감 있는 주장이다. 대학 전공을 변경하면서까지 건설업에서 인생 승부를 걸려는 젊은 기업가의 생각은 뭘까? 다음은 일문일답.

▶건설업이 천직으로 전락했나?

- 날씨가 좌우하는 현장 특성상 일출 시각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출근 시간이 항상 빠르다. 또 공사기간을 맞추기 위해 잔업과 야간 근무도 비일비재하다. 요즘 젊은이들이 원하는 워라밸(워크 라이프 밸런스의 줄임말로 일과 삶·여가의 균형을 추구한다는 뜻)과는 상반되는 일이다. 건축과를 졸업하고도 다른 쪽으로 전향하는 친구와 후배들을 자주 본다.

▶전공까지 바꾸면서 건설업을 지원했다는데.

- 영남대학교 경영학과를 02학번으로 입학했다. 군대 제대 후 아버지가 일군 회사를 키워야겠다고 생각했다. 당시 한창은 철로 만든 것은 뭐든 생산하는 건물 외부구조물 생산 전국 1위 기업이었다. 자연스럽게 건설업과 인연을 맺으면서 그들의 노하우를 눈에 익혔다. 공사 현장을 알아야 했기에 2006년에 다시 수능시험을 치러 같은 학교 건축과를 졸업하고 삼성물산에서 2년간 현장 경험을 쌓았다.

▶건설업을 추천하는 이유는?

- 같이 공부한 후배들은 만나면 '조금 참고 기다려라. 반드시 우리가 대접받는 시대가 온다'고 강조한다. 모든 가치는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건설업은 인류의 실생활과 밀접한 관계기 때문에 없어지지 않는 분야다. 힘든 업무 특성상 지망자가 줄어들어 분명히 10~20년 후에는 건설 관리자들이 인정받고 대우받는 시기가 올 것이다.

▶외국인 대체 인력도 가능한데.

- 요즘 건설현장에 중국동포 없으면 현장이 안 돌아 간다는 말도 맞다. 하지만 국내 건설 관련 인력이 계속 주는 점이 문제다. 안정적인 인력 수급이 안 돼 요즘 작업자 구하기가 너무 힘들다. 이 같은 구조로 간다면 건설업 자체가 힘들어진다. 국내 인력 부족 사태가 분명히 도래한다. 그때를 대비해야 한다. 이미 급여는 상당 수준이다. 조공(전문직은 돕는 인력)은 일당 15만원에서 시작하고(주5일 연봉으로 치면 4천만원), 대리 과장급 5년차 정도가 되면 20만원(연봉 5천500만원), 10년 이상 차·부장급이 되면 25만원 정도(연봉 7천만원)다. 거기에 본인 건강만 허락한다면 정년도 없다. 우리 회사에도 1951년생 반장들이 계신다.

▶의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말인가?

- 이미 현장 문화는 많이 바뀌었다. 술과 담배가 일상이 된 '노가다판'은 옛날이야기다. 요즘 작업자들은 자기 관리를 잘하며 오랫동안 일하려고 금연·금주는 물론 저녁이나 주말을 활용해 열심히 운동도 한다. 현장 근로자 가운데 육체미가 뛰어난 베테랑 기술자들이 적지 않다.

▶그 정도 변화를 이뤘다면 이미 사회적 인식도 많이 바뀌었을 텐데.

- 바뀐 현장 문화 속에서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는 분들 가운데 주52시간 정책을 비판하는 여론이 많다. 사람은 각자 인생 계획을 세운다. 어떤 이는 젊을 때 남들보다 노력해 일찍 은퇴하고 싶어 하고, 어떤 이는 오래 일해서 돈을 많이 모아 재산을 축적하려 한다. 일부는 그냥 욜로족(현재의 행복을 중요하게 여기며 생활하는 사람)으로 조금 벌어 젊을 때부터 인생을 즐기려고도 할 것이다. 여기서 52시간제는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제도라 생각한다.

한정훈 - 한창실업(주) 대표이사.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한정훈 - 한창실업(주) 대표이사.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중대재해기업처벌법도 사업가 입장에선 민감한 사안인데.

- 해당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처벌이 무서워서라도 사업주 등이 안전 및 보건조치를 철저히 할 것'이라는 전제에 기초하고 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처벌을 강화하면 경영책임자 등은 종전보다 안전 및 보건조치에 더 주의를 기울일 수는 있다. 하지만 산업재해는 사업주 측의 주의 의무 소홀로만 발생하지 않는다. 때로는 작업자의 부주의로, 때로는 악천후나 기계적 결함 등으로 발생한다. 무조건 처벌만 강조할게 아니라 사고의 경위나 예방을 위한 노력 등의 전체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경영 철학을 소개해 달라.

- 기업은 누구 하나만의 노력으로 성장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모든 직원이 합심해야 한다는 생각에 대표이사에 취임하면서 중소기업에서는 드물게 성과공유제를 시행하고 있다. 매년 영업 이익에서 혹시 모를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자금과 주주배당금, 투자금을 남겨두고는 모두 직원들에게 5월1일 근로자의 날에 배분하고 있다.

▶앞으로의 목표는?

- 관계사인 경상종합건설(주), 경상산업개발(주)와 함께 시행·시공·분양 관리에 이르는 종합 부동산개발 회사로 발전하고 싶다. 현재 제조업과 시행 쪽 매출은 1천억원을 유지하고 있으나 건설 분야는 100억원대에 불과하다. 건설 분야에서 성장해 건설기술자가 사회에서 재평가받는데 일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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