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아트페어인 화랑미술제가 지난 3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하였다.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전시나 아트페어들이 무기한 연기되고 축소되어 미술시장이 상당히 위축되었다. 아트프라이스 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미술품 경매 시장의 연 매출 규모가 지난 5년간 최저수준으로 집계되었다. 이에 따라 2021년 첫 아트페어인 화랑미술제는 올해 미술시장의 흐름을 볼 수 있는 시작이라는 점에서 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온라인 뷰잉룸(Viewing Room), 신인 작가등용문인 줌인(Zoom-in), 아트 토크와 아티스트 토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는 이번 행사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지난해부터 운영된 한국화랑협회의 미술품 감정위원회 안내 부스이다.
한국화랑협회의 미술품 감정위원회 안내 부스는 미술품 물납제를 위해 작품 가치 산출의 신뢰도를 높여 대중들의 인식을 개선하고자 마련되었다. 미술품 물납제란,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상속세·재산세 등의 세금을 현금 대신 미술품으로 납부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영국, 프랑스 등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시행되고 있다.
지난해 5월 한국 최초의 사립미술관인 간송미술관이 소장하던 국가 보물(제284호, 제285호) 2점이 상속세 납부와 미술관 운영 비용 마련을 위해 경매시장에 나온 것은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4천900여 건(국보, 보물 포함)의 국가지정문화재 50% 이상이 개인 소유라는 점에서 앞으로도 비슷한 사유로 문화재급 유물들이 경매 시장에 나오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대목이었다.
상속세 마련을 위한 문화재 거래, 미술품 물납제를 포함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지난해 11월 이광재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강원 원주갑)에 의해 발의되고 최근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미술소장품 가격 감정이 진행됨에 따라 미술품 물납제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재점화되었다.
지난 3일 전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들과 여러 문화예술단체가 공동으로 발표한 대국민 건의문에는 뛰어난 미술품의 해외 반출을 막고, 예술의 대중화·향유권을 확대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과 정부의 적극적 참여를 호소하는 내용이 담겼다. 일각에서는 특혜 논란과 각종 탈세·범법행위 악용, 현금 납부액 감소로 인한 재정적 손실 등의 우려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세법 개정에 앞서 물납제 대상 선정과 가치 평가의 공정성 등 제도의 취지에 맞는 객관적인 방안 연구가 구체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최현정 대구보건대 인당뮤지엄 학예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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