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오늘도 이렇게 당신의 흔적을 찾고 있네요. 오늘 하루 내가 뭘 했는지 왜 이러는지 스스로 물어보고 답해봅니다. 온종일 좁은 공간에서 눈에 보이는 거라곤 옵션으로 넣은 TV 한 대, 가득 찬 서류뿐이네요.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왜 이러는 지도 모르는 건 당연한 걸 하면서도 서운함이 든다오. 당신이 걸어온 시간을 흔적 없이 사라지게 할 순 없지요. 요즘 이렇게라도 전할 수 있어 너무너무 기쁘다오.
예전에 아버지 호국원에 보내시고 인터넷으로 하늘나라로 보내는 편지를 수시로 보냈는데... 단 한 번도 답장을 받지 못했으니 당신은 기억하죠? 참 신기합니다. 당신에게 보내는 마음속 편지... 행여나 당신의 답장이 올까 또 이렇게 희망을 품어봅니다.
벌써 당신이 떠나고 명절을 두 번이나 보냈습니다. 오늘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툭툭 털고 일어나 나를 기다리는 밭으로 산으로 나서야 하는데 아직 당신도 나도 더 할 말이 남아서 편지를 쓰고 있어요. 아직도 진짜 볼 수 없는 건지 믿을 수 없지만, 내가 이렇게 아파하고 고통받을걸 몰라서 그 먼 길을 혼자 떠났는지요. 글 한 자 남김없이 전화 한 통 없이 떠나셨죠.

나야 당신에게 주절주절이 하고 싶은 말이 많았죠. 때론 당신도 아기처럼 속옷 차림으로 내 뒤를 따라다니면서 삼바춤을 추던 기억이 생생하네요. 하지만 이젠 아른한 추억으로 남겨야 한다는 게 마음이 아파요.
여보 오늘은 어떤 하루를 보냈나요? 내 사랑 당신. 큰 일이 있을 땐 늘 당신이 옆에서 챙겨주고 외출 땐 먼저 현관 앞에서 내 신발까지 챙겨 줬는데 이제는 아들 몫이 됐네요.
여보. 시간은 어김없이 잘 가고 있네요. 그곳은 어떤가요. 어떻게 지내는지? 아프진 않은지? 궁금하네요. 현실을 알아야 하지만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하네요.
당신이 떠나기 전날 엄마한테 가서 자고 집에 왔었지요. 그날 밤 꿈은 생생하게 제 기억에 남아 있어요. 당신이 너무 힘들어하는 걸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기에 먼저 저 세상에 가신 아버님은 아들 데리고 간다고 알려주셨어요.
여보 당신이 남겨준 국민연금은 조금이라도 매월 단체기관에 자동이체 할게요. 이제 내 걱정 안 해도 돼요. 우리 아들도 당신만큼은 아니지만, 지난해 벌초도 참석하고 대종중 집안묘사 참석도 다 시키고 했으니까 아버님 어머님께서도 좋아하시겠죠. 이 글이 어떻게 전달되는지 또 올 수 있어야 할 텐데요. 여보 아픔도 슬픔도 고통도 없는 또 다른 세상에서 인상 조금만 쓰고 웃으면서 계세요.
당신이 읍새마을에 견학가면 제가 호박식혜를 만들어 보내드렸죠. 아무리 많아도 당신을 챙기려고 단체 행사에는 전기밥솥에 밥하듯이 만들어 보내곤 했죠. 또 동네 어버이날마다 쑥떡과 식혜는 내 담당이었죠. 그렇게 함께 웃으며 행복했던 날들이 떠오르네요.
여보. 큰 오토바이도 타고 멋지게 다니던 우리 여보. 당신을 생각하면 아직도 눈물이 왈칵 쏟아집니다. 어찌 이리 먼저 가시어 내 눈앞에 나타나지 않으시는 겁니까. 보지 못하더라도 당신의 답장이라도 받아보고 싶구려.
당신이 떠나고 사는 단칸방에 당신과의 추억, 당신의 삶이 모여 있네요. 당신은 알라나요. 이런 내 마음을. 그리운 마음이 점점 깊어지는 이런 날에는 당신의 사진을 꺼내 봅니다. 웃던 모습, 상을 받던 모습, 오토바이 앞에서 멋지게 폼을 잡던 모습 모두 내가 사랑합니다. 보고 싶고 그리운 당신, 당신이 오늘 더 그립습니다.
당신을 사랑하는 아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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