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 총장"→"정치 검사"…윤석열의 파란만장 589일

취임 당시엔 적폐 청산 핵심, 전직 대통령 구속 여권 환호
文정권 수사에 관계 틀어져…마지막 순간까지 '검수완박'과 중수청 비판 남겨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출근해 자신의 거취 관련 입장을 밝히던 중 마스크를 고쳐 쓰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출근해 자신의 거취 관련 입장을 밝히던 중 마스크를 고쳐 쓰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여당의 중대범죄수사청 입법 추진에 반대하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윤 총장의 사의 표명 1시간여만에 즉각 사의를 수용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여당의 중대범죄수사청 입법 추진에 반대하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윤 총장의 사의 표명 1시간여만에 즉각 사의를 수용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파란만장했던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 자리를 내려놨다. 정권의 전폭적 지지를 받으며 취임한 지 589일 만으로, 아직 142일의 임기를 남겨둔 채였다.

취임 당시만 해도 윤 총장은 문 정부가 추진하는 이른바 '검찰개혁'의 핵심으로 간주됐다.

그는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며 박근혜 정부의 핵심에 칼을 겨눴다가 정직과 좌천을 경험했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자 박영수 특검팀의 수사팀장으로 화려하게 부활하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치명타를 가했다.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이끌어내며 '두 전직 대통령을 구속시킨 검사', '적폐청산의 칼'이라는 전대미문의 호칭까지 얻었다. 여권의 윤 총장에 대한 지지가 남달랐던 것은 이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윤 총장에게 검찰총장 임명장을 전달하며 "우리 총장님"이라고 부를 정도로 그를 신뢰했다.

그러나 '조국 수사'를 계기로 윤 총장의 칼끝이 문 정권으로 향하자 양측의 관계는 180도로 변했다. 윤 총장이 2019년 8월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 의혹에 대해 전격 압수수색을 벌이며 정부여당의 아킬레스건을 강타한 게 핵심이었다.

그는 곧이어 산업부의 월성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과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을 비롯해 '살아있는 권력'의 심장부를 겨냥했다. 한때 윤 총장을 치켜세웠던 여권은 그를 '정치 검사'라고 비판하며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을 앞세워 사퇴를 압박했고, 수족을 모두 잘라낸 끝에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윤 총장은 두 차례 법정 다툼을 거쳐 돌아와 보란듯 현 정권의 심장부를 겨냥한 수사를 이어갔지만, 여권이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의 설립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의 완전한 박탈)을 추진하면서 사퇴설이 대두됐다.

윤 총장은 이런 구상에 대해 "검찰을 국가법무공단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이례적으로 언론 인터뷰에 나서 "직을 걸고서 막겠다"는 이야기까지 했다. 결국 윤 총장은 마지막 순간까지 여권의 중수청 설치 움직임을 비판하며 검찰 생활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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