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14년째 대리운전을 하고 있는 A(58) 씨는 요즘 퉁퉁 부은 손으로 운전대를 잡는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손 소독을 하는 까닭이다. 거리두기 완화로 손님이 늘어나 생계비 걱정을 덜었지만 감염 우려는 더 커졌다. 여전히 만취 상태의 손님이 마스크를 집어 던지고 차에서 큰 소리로 통화하는 경우가 종종 빚어지지만 제재할 방법은 없어 자가 방역에 힘쓰는 수밖에 없다.
A씨는 "수시로 손 소독을 하는 것은 물론 마스크를 5개 이상 갖고 다닌다"며 "혹시나 고객이 불만을 제기해 콜이 끊길까봐 술에 취한 손님들에게 '마스크 착용해 달라'는 요구도 못 한다"고 했다.
대리운전 기사들이 감염 걱정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단체 손님의 차에 타는 경우엔 불안감은 최고조에 이른다. 대리운전 기사는 종사자로 구분돼 '5인 이상 집합 금지'에 적용되지 않지만, 밀집된 환경이라 감염 위험이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리운전 기사 B(55) 씨는 "밀폐된 공간에서 술에 취한 손님들이 마스크 없이 담배를 피우거나 대화하는 경우가 많다"며 "4인일 경우 조수석에도 손님이 앉는다. 본인들끼리 웃고 떠들 때면 마음이 초조해질 때가 많다"고 했다.
'마스크 착용' 권고도 좀처럼 쉽지 않다. 자칫 고객 불만이 회사에 접수되면 콜이 한동안 끊길 수 있다. '마스크를 착용해달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오르지만 결국 입을 꾹 다문 채로 목적지까지 운전대를 잡을 수밖에 없다. 대리운전 기사 C(40) 씨는 "접수된 불만 건수가 많아지면 회사에서 일시적으로 콜을 막을 수도 있기 때문에 매순간 감염 우려와 생계 걱정 사이에 놓인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대리운전 기사를 호출한 손님들의 마스크 착용은 의무"라며 "손님들이 대리운전 기사를 배정받을 때 '감염확산을 막기 위한 마스크 착용 준수' 알림 메시지를 동시에 보내도록 대리운전 업체 측에 협조를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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