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마크가 아닌데 "아~ 거기"라며 떠오르는 이미지 같은 게 동네마다 하나씩 있다. 마치 문패처럼 달려 터줏대감 역할을 맡는데 대구 남구 봉덕동에 붙은 이미지란 대개 '캠프OO'으로 줄줄이 연결되는, 미군의 이름이 붙은 부대 명칭이다.
캠프조지와 캠프헨리 사이 재개발이 한창인 주택가에 동네책방이 번듯하게 자리잡은 건 의외였다. 어쩌다 어르신 몇몇이 동네 한 바퀴 산책에 나설 뿐인, 이곳을 아는 사람만 찾아오는 그런 동네책방이었던 탓이다.
'별책다방'이라는 이름이다. 다방이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다. 음료 메뉴만 20개다. 동네책방치고 지나치게 많다. 책방지기 한진호(37) 씨는 "팔랑귀라 그렇다"며 웃었다. 그도 처음에는 5개 메뉴로 시작했지만 고객 요청과 추천이 늘자 지금에 이르렀다고 했다. 취재차 불쑥 찾아간 이날도 그는 커피 볶는 거 확인하랴, 음료 만들랴 여유가 없었다.

눈대중으로 40평 안팎이라 짐작했다. 단독주택을 개조해 만든 책방이었다. 작은 마당과 서너 명이 앉으면 꽉 찰 것 같은 3칸 방, 마루, 그리고 어린아이들의 로망이자 아지트였을 조그마한 다락까지 고스란히 남아있다. 손님 입장에서는 거리두기를 안 할래야 안 할 수 없는 구조다. 북카페처럼 군데군데 책이 쌓여 있다. 손님들은 책에 둘러싸여 음료를 마셨고, 때론 널브러지다시피 편한 자세로 앉았다.
책을 살 수 있는 곳이 구분돼 있다. 가게 내부가 보이는 통유리 구조다. 서가를 훑었다. 문학과지성사의 한국문학전집, 민음사와 문학동네의 세계문학전집이 주요 포스트에 자리잡고 문학, 철학, 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꽂혀있다.

책방지기의 취향이 드러나기 마련인데 일관된 취향은 보이지 않는다. 자신을 드러내기 보다는 균형있는 안배에 무게를 뒀다는 답이 돌아온다. 특이하게 자신이 읽은 책 리스트를 계산대 뒤편에 붙여두고 있었다.
한 씨는 "3년 동안 펍을 운영했던 경험이 있었다. 돈벌이도 괜찮았지만 책 읽기가 불가능했다"며 "맨정신으로 손님들과 대화하기 힘들었다. 이렇게 계속 살아갈 것인지 고민하다 택한 게 책방이었다"고 했다.
술장사에는 장사가 없었다. 생활리듬은 깨졌고 에너비 소모가 컸다. 건강도 나빠졌다. 그렇게 고민하며 이른 결론이 '의미있게 살자'였다. 책을 읽으며 쉴 수 있는 공간, 그리고 거기서 샘솟을 선한 영향력을 기대하며 서점을 열었다. 2019년 7월이었다. 지난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지만 책방으로 전업했기에 그나마 다행이었다고 했다.
한 씨는 "팔랑귀라고 농담삼아 말했는데 혼자서 결정하기보단 손님들의 추천을 귀담아 듣는다"고 했다. 집단지성의 힘을 믿는다는 것이었다. 그제야 매일신문을 비롯한 몇 가지 신문, 대구여성가족재단이 발간한 단행본이 책방 입구에 놓여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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