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가 일으킨 쿠데타에 저항하는 시민들이 학살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지역 미얀마 노동자와 유학생들이 한국인들의 관심을 호소하고 나섰다.
현지에서 함께 싸울 수 없는 이들은 한국에서 평화시위를 열어 군부가 자행하는 참상을 알리거나 현지에 기부금을 보내면서 폭력 진압에 대항하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대구의 등록 외국인 2만7천798명중 미얀마 국적은 모두 406명으로 집계됐다.
대구경북의 노동자와 유학생 등 재한 미얀마인 50여 명은 7일 오후 달서구 계명대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무력으로 시위대를 억압하는 미얀마 군부를 규탄하며 현 상황에 대한 한국인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이들은 '미얀마 군부 쿠데타 세력은 즉각 물러나라', '한국 여러분 우리 미얀마 민주주의를 도와주십시오'라는 피켓을 들고 고국의 위태로운 상황에 대한 목소리를 쏟아냈다. 집권 세력에 대한 저항의 의미를 담아 '세 손가락 경례'를 하기도 했다.
집회에 참여한 위수타 스님은 "미얀마 군부는 진정한 민의인 지난해 총선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며 "미얀마 연방의회 소집을 방해하지 말고, 윈민 대통령과 아웅산 수찌 국가고문을 포함한 구금된 모든 사람들을 석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4일 취재진과 만난 계명대 4학년 에이(24) 씨는 "시위로 희생된 사람들을 추모하는 공간에 군인·경찰들이 찾아와 휴대전화를 가져가고 발로 머리를 차 2명이 생사의 기로에 있다"고 여러 장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는 "가족·지인들이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양곤에 살고 있어 실시간으로 상황을 전달받아 한국에 알리고 있다"고 했다.
에이 씨는 "지난 2일 3, 4층 건물에 사는 친구가 집에 있다가, 창문 유리에 총알이 날아왔다"며 "미얀마 시민들은 현재 집이든 밖이든 불안한 상황이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조심해라', '꼭 살아야 해'라는 말밖에 없어 안타깝다"고 했다.
에이 씨는 또 "4일 기준 언론을 통해 알려진 희생자 수는 53명이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집계되지 못한 사람들까지 합치면 희생자가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했다.
대구대 유학생 수수눼(26) 씨는 "한국은 5·18 민주화 운동 당시 군부세력이 시민들을 향해 총을 겨눴다는 점에서 현재 미얀마와 비슷한 역사를 지녔다"며 "한국이 군부 독재세력과 맞서 싸워 승리했듯이, 미얀마 시민들도 이기기를 바란다"고 했다.
수수눼 씨의 가족·지인은 양곤과 버스로 3시간 거리의 마을에 살고 있지만, 최근 이곳에서도 민주화 시위가 활발하다고 한다. 수수눼 씨는 "가족이 있는 곳은 현재 군인은 없지만 경찰들이 시위를 못하게 총을 쏘거나 잡아가고 있다"며 "매일매일 연락으로 안부를 묻는데, 인터넷이 수시로 끊겨 답답하다"고 했다.
지난해 입국한 대구가톨릭대 앙꼬렛(35) 씨는 지난 주 군부 쿠데타에 대한 시민 불복종 운동(CDM)에 친구들과 합심해 80만원을 기부했다. 앙꼬렛 씨는 "시위에 참여한 무고한 시민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상황은 점차 악화되고 있다. 기부금으로라도 돕고자 했다"며 "한국인들도 점차 미얀마 사태에 대해 관심을 가져줘 기쁘다. 군부 세력들이 시민 생명을 해칠 수 없도록 국제사회가 더 큰 목소리를 내주기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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