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사퇴 사흘 만인 7일 외부 모습이 포착됐다. 윤 총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소재 김건희씨가 운영하는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을 방문한 모습이 언론사 카메라에 잡혔다.
윤 전 총장은 이날 회색 경량 패딩에 흰색 마스크 차림으로 부인 사무실을 찾았다. 윤 전 총장이 이곳을 찾은 이유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나, 법조계 일각에서는 퇴직 후 이곳을 사무실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김건희 씨 사무실은 윤 전 총장의 자택과 이어진 주상복합 건물 상가에 있다.
◆ 尹 사퇴 후 '잠잠' 추측 난무
윤 전 총장은 지난 4일 총장직에서 물러난 뒤 줄곧 서초구 자택에 머물러 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분간 특별한 일정 없이 자택에서 향후 진로를 모색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총장의 사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정계 입문을 선언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그는 지난 4일 사퇴 입장문에서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 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현 정권을 겨냥했다.
그러면서 "저는 지금까지 해온 것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고 사퇴의 변을 밝혀 정계 입문을 기정사실로 한 것으로 풀이됐다.

◆ 여야 반응은 '극과 극'
대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치권 핵으로 부상한 윤 전 총장 행보를 두고 여야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윤 전 총장의 사퇴 전 공식 대응을 자제해왔던 여당은 윤 총장의 사의 표명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의 사의 수용이 이어지자 '집중공격'으로 태세 전환했다.
당 지도부는 "공직자로서 상식적이지 않은 뜬금없는 처신"(이낙연 대표) "윤 총장은 검찰 역사에서 권력욕에 취해 검찰총장 직위를 이용한 최악의 총장으로 기록될 것"(김태년 원내대표) 등 윤 전 총장 '때리기'에 나섰다.
반면 인물난에 시달려온 국민의힘은 반색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현 정부와) 충돌해서 나온 사람 아니냐. 야당 편에 속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며 윤 총장에 러브콜을 보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역시 윤 전 총장을 "야권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반겼다.

◆ 尹 사퇴날 터진 '부인 소환설' 의식했나
윤 총장이 굳이 자택을 두고 부인의 사무실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을 두고 최근 부인 김건희 씨에게 터진 '검찰 소환설'을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앞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사표가 수리된 당일인 지난 5일 밤, 한 방송사가 "윤 총장의 부인 김건희씨가 곧 검찰에 소환된다"는 내용의 보도를 해 촌극을 빚었다.
보도 이후 서울중앙지검은 약 2시간여 만에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내용을 전면 부인하는 해프닝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친 정권 성향의 이성윤 중앙지검장이 윤 총장이 사퇴하자 곧바로 부인 김건희씨 수사를 통해 윤 총장을 노린다"라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이 사건은 지난해 10월부터 중앙지검이 공식적으로 대검 지휘 없이 독자적으로 수사 해 온 김건희씨의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 협찬·후원 관련 의혹 사건이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윤 총장 본인, 가족 및 측근 관련 의혹에 대해 '검찰총장은 손을 떼라'는 수사지휘권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보도된 '코바나컨텐츠' 의혹은 수사력이 뛰어나다는 옛 특수부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정용환)에 배당됐다.
그러나 배당된 지 약 5개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진척이 없다는 게 검찰 내부의 중론이다. 배당 때부터 정 부장검사가 '못 맡겠다'고 거부해 이성윤 지검장과 내분(內汾)이 일었다는 얘기도 무성했다.

지난해 11월 코바나컨텐츠는 물론 협찬사들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이 법원에 통째로 기각된 뒤 수사에 별 진전이 없던 상황에서 윤 총장 사표가 수리된 당일 부인 김씨를 곧 소환할 것이라고 보도가 나오자 이성윤 지검장과 수사팀 사이의 '이견'을 노출한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지검장 측에서 언론 플레이에 나선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 지검장은 '살아있는 권력' 수사는 뭉개고 정권이 원하는 수사는 무리하게 밀어붙인다는 지적을 받아온 대표적 '친(親)정권 검사'로 꼽힌다.
특히 지난해 12월 '추·윤 갈등'이 극한으로 치달으면서 추 장관이 윤 총장을 직무 배제한 당일, 중앙지검이 윤 총장 장모를 기소한 것이 법무부를 '후방지원'했다는 의심까지 샀다.
현재 이 지검장은 윤 총장의 사퇴로 공석이 된 차기 검찰총장직에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후보 중 한 사람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과 같은 경희대 법대 출신인 이 지검장은 현 정부 들어 검사장 승진과 함께 대검 형사부장, 반부패·강력부장, 법무부 검찰국장 등 핵심 요직을 잇달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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