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1~28일은 대구시민주간이었다. 각종 기념식과 문화예술 행사, 이벤트 등이 다양하게 마련됐지만 아쉬움도 컸다. 어느 때보다 시민의 의지와 역량 결집이 필요했던 시기라 시민주간이 좋은 장이 될 거라 기대했지만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것 같아서다.
올해 시민주간은 코로나19의 국내 진앙이라는 오명을 쓴 채 갖은 설움을 당해야 했던 지난해 2월 이후 1년 즈음 되던 때였다. 대구시민답게 우직하게 잘 이기고 견뎌내긴 했지만 1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 적잖은 시민의 삶은 피폐해져 위로와 격려, 비전이 절실했다.
통합신공항, 행정통합 등 꼬여가는 지역 주요 현안과 관련해서도 분위기를 다잡고 다시 힘을 내 동력을 끌어올릴 기회였다. 천신만고 끝에 합의에 성공한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이 본궤도에 오르나 했지만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 논리에 밀려 짙은 안갯속에 갇혀 버렸다. 대구경북 행정통합도 가장 기본인 당위성이나 공감대, 시민 관심을 얻지 못한 채 좀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치 지형에서도 이런 찬밥 신세가 없다. 여당과 야당 어느 곳으로부터도 관심을 받지 못하고 철저하게 소외받고 있다. 이번 보궐선거 과정에서 부산 민심을 잡기 위한 정치 놀음에 대구는 뒷전이다 못해 아예 '투명 인간' 취급을 당했다.
그래서 이번 대구시민주간은 어느 때보다 중요했고 의미가 컸다. 상처받고 지친 시민들을 위로하고, 나아가 힘들 때일수록 더 큰 힘을 발휘하는 대구 시민의 저력을 끌어낼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이었고 기회였다. 그러나 늘 하던 기념식과 공연, 행사만 곳곳에서 열렸을 뿐 시민들을 향한 특별 이벤트도, 메시지도 없었다. 국회의원, 대구시장 등 지역 리더들의 존재감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시민주간은 대구 역사와 정체성을 되새기고 위대한 시민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마련한 기간이다. 기존 10월 8일이던 대구시민의 날을 지난해부터 국채보상운동 기념일인 2월 21일로 바꿔 시민주간 첫날로 삼았고, 마지막 날은 2·28민주운동 기념일인 28일로 정했다. 2·28민주운동은 우리나라 최초의 민주화 운동, 국채보상운동은 대구에서 시작돼 전국으로 확산된 최초의 시민 주도 경제주권 수호 운동이다.
몇몇 형식적인 행사, 공연, 이벤트를 하려고 대구시민주간을 정한 것은 아닐 것이다. 시민의 날, 시민주간 제정이 대구 정신을 기억하고 기리고 이를 현재에 되살리기 위해서라면 그 어느 때보다 지금의 대구에 그 의미와 역할이 더욱 절실했다.
코로나로 대규모 집합 행사가 어려웠다 하더라도 어떤 방식으로든, 결과가 성공적이었든 아니든 공격적·대대적으로 시도하고 추진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대구와 대구시민의 정신과 힘을 모아 돌파구를 마련하고 폭발시킬 뭔가를 위해 시정부의 적극적인 관련 콘텐츠 연구·개발이 필요했다.
최근 검찰총장의 대구검찰청 방문 때 꽃다발을 들고 달려간 대구시장이 왜 대구시민주간 땐 시민들에게 다가가지 못했는지 안타깝다. 그때 거기서 나올 것이 아니라 시민주간에 시민 앞에 나와 대시민 호소문, 담화문이라도 발표해야 했다. 직접 대면이 어려우면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서라도 말이다.
위로와 격려, 희망, 재응집이 필요했던 시기에 때마침 대구시민주간이 찾아왔지만, 아쉽게도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놓쳐버린 그 기간과 그 대구를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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