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영양군 영양읍 대천리에 자리한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영~차~!" "영~차~!"
겨울잠에서 깬 소똥구리 부부가
경단 굴리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암컷은 뒷발로 밀고 수컷은 앞발로 끌며
산란지를 찾아 둥지를 쉴 새 없이 굴립니다.
짝을 놓친 다른 수컷이 날로 먹으려들지만
뒷발길질에 연신 나가떨어집니다.
1971년 우리나라에서 자취를 감춘 뒤
동화책에서나 봤던 그 정다운 친구들이
역사적 사명을 띠고 영양땅에 왔습니다.
멸종 50년, 환경부 복원 곤충 대상 1호.
'현상금 5천만 원'을 걸어
몽골에서 모셔온 귀한 용병들입니다.
이들의 주 임무는 이땅에서 대를 잇고
소똥·말똥 등 초식동물 분변을 처리해
대지에 신선한 거름을 제공하는 일입니다.
용병의 먹이 이자 둥지 재료는
제주 방목 초지에서 공수한 신선한 말똥.
둥지는 땅속까지 끌고가 그 속에 알을 낳습니다.
알이 번데기로, 성충으로 자라는 동안
둥지 속 유기물을 분해해 먹고,
남긴 것은 식물에 둘도 없는 영양분이 됩니다.
불완전 소화로 배설하는 초식동물 분변.
그러나 소똥구리 손발을 거치면
식물생장 필수원 칼슘·나트륨·마그네슘이 2배 이상
질소와 탄소는 최대 7배까지 높아진다니
넘사벽 자연 분해자, 초지의 상일꾼입니다.
소똥구리 하루 소화력은 몸무게의 250배.
한 마리가 하루에 소똥 1kg을 처리하는 양입니다.
불도저 같은 머리방패로
끈적한 무더기도 이틀이면 바삭하게 헤집어
떼로 알을 슬며 들끓는 파리 녀석들을
보기좋게 혼내주던 괜찮은 친구들이었습니다.
이런 줄도 모르고, 그시절 둥지마다 오줌을 싸
기어 나온 소똥구리를 장난감으로 놀았습니다.
항생제가 든 사료, 구충제, 들판의 농약….
산업화, 축산 기업화에 끝내 사라진 소똥구리.
멸종위기종복원복원센터는
수입 용병으로 우선 개체수를 늘리고
멸종 원인·생태·서식지 연구을 서둘러
머지않아 자연속에서 가축 분변을 책임지는
일꾼으로 활용될 그날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먹이와 둥지로 배설물을 처리하는 청소부.
헤집고 말려 병균을 억제하는 자연 방역자.
영양도 만점, 손맛이 일품인 대지의 영양사.
땅속 뿌리까지 거름을 퍼 나르는 엄지척 배달부.
어느 하나 나무랄 데 없는 소똥구리입니다.
민들레 흐드러진 봄날 초원을 기다리며
복원센터 증식실의 소똥구리 부부는
오늘도 부지런히 경단을 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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