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태형의 시시각각] ㊵ 멸종 50년, 몽골에서 온 용병 소똥구리  

경북 영양군 영양읍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에서 소똥구리 부부가가 산란용 둥지를 굴리며 수컷이, 가로채려는 다른 수컷을 쫓아내고 있다. 소똥,말똥 등 초식동물 배설물 청소부로 알려진 소똥구리는 1971년 이후 자취를 감췄다. 환경부 복원 곤충 1호로, 2019년 몽골에서 200마리를 수입해 이곳에서 개체수 증식이 한창이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경북 영양군 영양읍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에서 소똥구리 부부가가 산란용 둥지를 굴리며 수컷이, 가로채려는 다른 수컷을 쫓아내고 있다. 소똥,말똥 등 초식동물 배설물 청소부로 알려진 소똥구리는 1971년 이후 자취를 감췄다. 환경부 복원 곤충 1호로, 2019년 몽골에서 200마리를 수입해 이곳에서 개체수 증식이 한창이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소똥구리 부부가 말똥으로 만든 둥지를 땅속으로 굴리고 있다. 땅속 둥지에 알을 낳고, 이후 둥지는 분해돼 식물의 천연 거름으로 이용된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소똥구리 부부가 말똥으로 만든 둥지를 땅속으로 굴리고 있다. 땅속 둥지에 알을 낳고, 이후 둥지는 분해돼 식물의 천연 거름으로 이용된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소똥구리 둥지에 낳은 알(위)과 알이 유충으로 자라는 모습. 사진=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제공
소똥구리 둥지에 낳은 알(위)과 알이 유충으로 자라는 모습. 사진=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제공
소똥구리 증식실에서 김영중(43) 선임연구원(왼쪽)과 동료가 동면에서 깬 소똥구리를 살펴보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소똥구리 증식실에서 김영중(43) 선임연구원(왼쪽)과 동료가 동면에서 깬 소똥구리를 살펴보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몽골에서 수입한 소똥구리. 형태학적으로 우리나라 소똥구리와 단일종이다. 2019년 200마리 수입에 이어 내년에 500마리를 추가로 들여 올 예정이다. 몸길이는 1.5cm 정도로 4월~9월에 활동하며 암수 한쌍이 한 해 평균 8~15개의 경단(둥지)을 만들고 둥지마다 한개의 알을 낳는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몽골에서 수입한 소똥구리. 형태학적으로 우리나라 소똥구리와 단일종이다. 2019년 200마리 수입에 이어 내년에 500마리를 추가로 들여 올 예정이다. 몸길이는 1.5cm 정도로 4월~9월에 활동하며 암수 한쌍이 한 해 평균 8~15개의 경단(둥지)을 만들고 둥지마다 한개의 알을 낳는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국내에 서식하는 소똥구리류 가운데 경단을 굴려 둥지를 만드는 3종(괄호 안은 몸 길이). 왼쪽부터 왕소똥구리(20~33mm), 긴다리소똥구리(7~12mm), 소똥구리(2~17mm). 사진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국내에 서식하는 소똥구리류 가운데 경단을 굴려 둥지를 만드는 3종(괄호 안은 몸 길이). 왼쪽부터 왕소똥구리(20~33mm), 긴다리소똥구리(7~12mm), 소똥구리(2~17mm). 사진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소똥구리 증식실. 수입과 증식으로 현재 개체수는 모두 340마리. 개체수를 빨리 늘리기 위해 이 중 44마리는 섭씨 25도의 연구실에서, 나머지는 야생 환경에서 사육중이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소똥구리 증식실. 수입과 증식으로 현재 개체수는 모두 340마리. 개체수를 빨리 늘리기 위해 이 중 44마리는 섭씨 25도의 연구실에서, 나머지는 야생 환경에서 사육중이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소똥구리 증식 케이지. 사료를 먹고 배설한 소똥 대신 제주도 방목장에서 풀을 먹고 배설한 말똥을 공수해 먹이로 키운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소똥구리 증식 케이지. 사료를 먹고 배설한 소똥 대신 제주도 방목장에서 풀을 먹고 배설한 말똥을 공수해 먹이로 키운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경북 영양군 영양읍 대천리에 2018년 개원한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곤충, 포유류, 조류, 어류, 양서파충류, 식물 등 다양한 멸종위기종 복원사업을 진행중이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경북 영양군 영양읍 대천리에 2018년 개원한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곤충, 포유류, 조류, 어류, 양서파충류, 식물 등 다양한 멸종위기종 복원사업을 진행중이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경북 영양군 영양읍 대천리에 자리한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영~차~!" "영~차~!"

겨울잠에서 깬 소똥구리 부부가

경단 굴리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암컷은 뒷발로 밀고 수컷은 앞발로 끌며

산란지를 찾아 둥지를 쉴 새 없이 굴립니다.

짝을 놓친 다른 수컷이 날로 먹으려들지만

뒷발길질에 연신 나가떨어집니다.

1971년 우리나라에서 자취를 감춘 뒤

동화책에서나 봤던 그 정다운 친구들이

역사적 사명을 띠고 영양땅에 왔습니다.

멸종 50년, 환경부 복원 곤충 대상 1호.

'현상금 5천만 원'을 걸어

몽골에서 모셔온 귀한 용병들입니다.

이들의 주 임무는 이땅에서 대를 잇고

소똥·말똥 등 초식동물 분변을 처리해

대지에 신선한 거름을 제공하는 일입니다.

용병의 먹이 이자 둥지 재료는

제주 방목 초지에서 공수한 신선한 말똥.

둥지는 땅속까지 끌고가 그 속에 알을 낳습니다.

알이 번데기로, 성충으로 자라는 동안

둥지 속 유기물을 분해해 먹고,

남긴 것은 식물에 둘도 없는 영양분이 됩니다.

불완전 소화로 배설하는 초식동물 분변.

그러나 소똥구리 손발을 거치면

식물생장 필수원 칼슘·나트륨·마그네슘이 2배 이상

질소와 탄소는 최대 7배까지 높아진다니

넘사벽 자연 분해자, 초지의 상일꾼입니다.

소똥구리 하루 소화력은 몸무게의 250배.

한 마리가 하루에 소똥 1kg을 처리하는 양입니다.

불도저 같은 머리방패로

끈적한 무더기도 이틀이면 바삭하게 헤집어

떼로 알을 슬며 들끓는 파리 녀석들을

보기좋게 혼내주던 괜찮은 친구들이었습니다.

이런 줄도 모르고, 그시절 둥지마다 오줌을 싸

기어 나온 소똥구리를 장난감으로 놀았습니다.

항생제가 든 사료, 구충제, 들판의 농약….

산업화, 축산 기업화에 끝내 사라진 소똥구리.

멸종위기종복원복원센터는

수입 용병으로 우선 개체수를 늘리고

멸종 원인·생태·서식지 연구을 서둘러

머지않아 자연속에서 가축 분변을 책임지는

일꾼으로 활용될 그날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먹이와 둥지로 배설물을 처리하는 청소부.

헤집고 말려 병균을 억제하는 자연 방역자.

영양도 만점, 손맛이 일품인 대지의 영양사.

땅속 뿌리까지 거름을 퍼 나르는 엄지척 배달부.

어느 하나 나무랄 데 없는 소똥구리입니다.

민들레 흐드러진 봄날 초원을 기다리며

복원센터 증식실의 소똥구리 부부는

오늘도 부지런히 경단을 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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