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뉴스Insight] 수성구·경산시 경제협력 심리적 경계는 없다

대구경북연구원 4개 부문, 44개 사업 제안
접근 쉬운 농업, 문화, 체육시설 교류부터

지난달 23일 경산시청에서 열린
지난달 23일 경산시청에서 열린 '수성.경산 경제협력 기본구상' 용역 최종보고회에서 참석자들이 지역 발전전략과 상생협력을 논의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대구 수성구와 경북 경산시는 고산 지역을 경계로 연결된다. 지난 1981년 대구의 직할시 승격으로 대구시와 경상북도가 분리되면서 고산 지역이 경산에서 대구로 편입되면서 현재 경계가 유지되고 있다.

수성구와 경산시가 행정 경계를 허물고 경제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시대 흐름을 잘 읽은 정책으로 보인다. 수성구와 경산시는 대구경북연구원에 '수성·경산 경제협력 기본구상' 용역을 의뢰했고, 연구원이 지난달 23일 최종 보고회를 열었다.

대구경북연구원은 '경계를 허물고 공유와 협력이 이루어지는 지방자치 협력공동체 수범도시'라는 비전을 설정하고 산업, 사람, SOC, 행정 등 4개 분야 44개 사업의 기본구상을 제안했다.

기자는 지방 선거 때 대구경북 자치단체장 후보자들에게 경산시의 대구 편입을 건의한 적이 있다.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가 형님-동생의 우애를 과시하는 데 그치지 말고 실질적인 상생 방안으로 경산시의 대구 편입을 주장한 것이다. 서울, 부산에 이은 '제3의 도시'로 인천에 밀린 지는 오래됐고 대전의 위협을 받는 대구가 도시 영역이나 인구 확대를 꾀하는 획기적인 방안으로 경산시 편입은 꽤 매력적인 요소다.

1995년 대구가 달성군 대신 경산시를 편입했다면 대구 발전은 지금보다 더 속도를 냈을 것이고 경제 지도는 확 달라졌을 것이다. 도시 발전 축이 경부고속도로를 통해 경산에서 영천·포항과 울산, 부산 등 동해안으로 이어지는 게 달성에서 경남 남해안으로 가는 것보다 더 좋지 않았을까. 대구는 경산 지역 대학과 연계한 산학연 발전의 시너지 효과도 누렸을 것이다.

지난해부터 대구경북통합신항공 건설에 따른 지자체 협의로 군위군의 대구 편입과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추진되고 있는데, 이를 계기로 대구 발전을 위한 좀 더 큰 틀의 편입 방안이 필요하다.

사실 수성구와 경산시 경계는 행정 행위와 법적으로 갈라져 있을 뿐이다. 예전 대구 도심 개발의 완충지대 역할을 위해 고산 지역 대부분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으로 묶였지만, 현실은 정부와 지자체의 난개발로 그린벨트는 유명무실해진 상태다. 1990년대 고산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고 2000년대 들어 달구벌대로와 월드컵대로로 이어지는 경산시에도 아파트 단지가 대거 들어서면서 수성구와 경산시 주민들은 활발하게 양쪽을 옮겨 다니고 있다.

수성구와 경산시 주민들의 심리적인 경계는 오래전부터 허물어져 있다. 교통 환승과 학원·병원·시장 이용 실태 등을 고려하면 양쪽 주민들은 이미 경제 공동체로 교류하고 있다.

대구경북연구원이 제안한 협력과제는 여러 부문에 걸쳐 체계적으로 마련됐지만, 너무 방대하다. 시민들에게 민감한 도시철도 연장과 학군 조정 등은 수성구의 의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44개 사업의 상당수는 정부 지원과 대구시, 대구시교육청과의 협의를 전제로 하고 있다.

수성구는 구청 차원에서 가능한 사업부터 추진하면 된다. 선거 때 표를 의식한 정치적인 사업이나 진척이 어려운 구호성 사업은 없는지 점검할 필요성이 있다. 쉽게 접근 가능한 농업과 문화, 체육 분야 교류부터 시작하자. 일상생활에 도움 되는 도시와 농촌 간 교류다.

텃밭 가꾸기 등 농촌의 전원생활은 도시민들의 로망이다. 수성구 동 단위 또는 아파트 단지와 경산 지역 농촌 마을과의 자매결연을 추진하면 농민들은 부족한 일손을 지원받으면서 농산물 판매 창구를 확보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도시민은 전원생활을 간접 체험하면서 싱싱한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다. 수성구 곳곳에 경산에서 생산하는 농산물을 판매하는 센터를 두거나 경산의 농촌 마을 폐교 등에 주말 나들이객을 위한 장터를 여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금호강과 매호천, 욱수천, 남천 등을 잇는 친환경 그린네트워크 조성, 문화 네트워크 구축, 체육·보건복지 인프라 공유 등도 주목할 만하다. 예전 고산 지역에는 도서관과 수영장 등 문화, 체육시설이 열악해 이곳 수성구민들은 경산 지역 시설을 주로 이용했다. 지금도 주소만 옮겨 경산의 체육시설을 이용하는 주민도 있다.

수성구민과 경산시민들은 이번 지자체 간의 경제협력 방안이 사업 구체화로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의 성사 여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수성구와 경산시뿐만 아니라 다른 지자체들도 도시와 농촌을 연결하는 경제협력 방안을 마련하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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