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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랑] 대구 지하철 참사 피해 당한 딸…"극단적 선택 시도만 10번"

당시 고3이던 딸, 동성로 영어학원 가던 길에 참사 당해
사고 이후 눈에 초점 흐려져, 대학 생활도 적응 못해
극단적 선택 시도만 10번, 가족은 모두 흩어져…

유순애(가명·65) 씨가 어린 시절 딸의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순애 씨는
유순애(가명·65) 씨가 어린 시절 딸의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순애 씨는 "이 시절로 돌아갈수만 있다면 정말 잘 살아보고 싶다"고 눈물을 흘렸다. 배주현 기자

몇 번을 눌러도 응답이 없는 고장난 초인종이 달린 대구의 한 외딴집. 마치 세상과 단절된 듯 찾는 이 하나 없는 집에는 유순애(가명·65) 씨가 틀어놓은 텔레비전 소리만 울려 퍼진다. 방 안에 틀어박힌 순애 씨는 누룽지를 끓여 먹다 곧 무거워지는 눈꺼풀에 숟가락을 놓는다. 불면증에 1~2시간 밖에 못 잔 탓이다.

이내 휴대전화가 울린다. 딸 박희원(가명·37) 씨다. 이사를 가야 하니 500만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 돈을 어디서 구하느냐는 생각에 머리는 지끈거리고 얼마 먹지 못했던 음식마저 가슴에 얹혀버린다.

"그 사고만 아니었더라면…."

치밀어오는 짜증에 18년 전 기억이 다시 머릿속을 헤집는다.

◆소중한 딸,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당해

평범한 날이었다.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일하던 순애 씨. '지하철에서 불이 났다'는 직원들의 수군덕거림에 끼어들 틈도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이내 공장장이 전화가 왔다며 순애 씨를 불렀다. 아들의 전화였다. "엄마, 희원이가 타고 있던 지하철에서 불이 났대."

당시 고3이던 딸은 방학을 맞아 동성로에 있는 영어학원에 가는 길이었다. 형편이 어려워 학교 졸업 후 돈을 벌기 위해 공부하던 딸이었다. 하필 딸이 그날 그곳에 있었다. 희원 씨는 열차 문이 열리던 짧은 순간 필사적으로 뛰어내렸다. 앞에 가던 아저씨의 허리춤을 잡고 자욱한 연기를 헤집고 빠져나왔다. 거의 나왔을 때 정신을 잃었고 소방대원이 발견했다.

사고 이후 딸의 눈은 초점을 잃어갔다. 혼잣말을 하거나 멍하니 있기를 반복했다. 학교생활 내내 반장을 놓치지 않았던 터라 억지로 학교에 나갔지만 도통 적응을 못 한다는 담임선생님의 말만 돌아왔다. 그렇게 딸은 제대로 치료를 못 한 채 떠밀리듯 졸업했고 경주의 한 전문대에 입학했다.

하지만 딸의 생활은 점차 나빠졌다. 매일 머리에서 쥐가 난다며 두통약과 우울증약을 입에 털어 넣었다. 대학 생활 역시 적응을 못 했다. 사고 이후의 삶을 보상받으려는 듯 돈을 마구잡이로 썼다. 감정 기복도 심해진 탓에 졸업 후 취직한 여행사에서도 적응하지 못해 이직을 반복했다.

◆사고 이후 뒤바뀐 삶, 가족 모두 흩어져

모조리 뒤바뀐 건 딸의 삶뿐만이 아니었다. 사고 이후 순애 씨네 가정도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남편은 돈 씀씀이가 헤퍼진 딸을 감싸 돌기만 했다. 그런 남편과 늘 부딪히는 건 순애 씨였다. 사고 전 순하고 착했던 딸은 가족에게 욕설을 퍼붓는 것은 물론 흉기까지 드는 모습으로 변했다. 그렇게 남편은 8년 전 집을 나가 지난해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났고 아들도 타 지역으로 떠났다.

무엇보다 희원 씨는 본인을 괴롭힌다. 대학교 졸업 후 부산 등 타지에서 거주하던 딸은 극단적 선택을 10번 넘게 시도했다. 순애 씨는 매번 한밤중 경찰의 연락을 받고 대구에서 부산까지 택시를 타고 달려가기도 했다. 죽음을 쫓아가는 딸의 모습을 수없이 목격해온 순애 씨 역시 이제 지쳐버렸다. '죽으려면 한 방에 죽을 방법을 찾아라'는 후회 가득한 말을 딸아이에게 내뱉곤 한참을 운다.

순애 씨는 딸아이의 생계비까지 책임지려 장애인단체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월급은 150만원에 그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년 전 보이스피싱까지 당해 700만원의 빚마저 생겼다. 딸의 생활비에다 부채 상환비, 본인의 집세마저 내고 나면 통장 잔고는 텅텅 빈다. 순애 씨의 집세마저 3개월 치가 이미 밀렸다. 지난 2007년 급히 받은 심장판막 수술의 재수술도 필요하지만 돈이 없어 그냥 덮어두고만 있다. 순애 씨는 얼마 전 끊었던 우울증약을 다시 꺼내 생활을 연명하고 있다.

그는 희망은커녕 죽지 못한 채 의미 없는 하루를 보낸다. 오히려 깔깔 웃어대는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이기까지 한다. 그런 순애 씨는 괜히 종이에 이름을 적으며 자책을 시작한다. '나는 세상에 태어나지 말았어야 해. 부모 노릇도 못 해 자식이 저렇게 됐지….'

그렇게 그들은 세상에서 잊혀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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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전달 내역]

◆ 딸은 빚더미에 세상 떠나고 홀로 남은 손녀 키우는 양혜자 씨에 2,510만원 전달

매일신문 이웃사랑 제작팀은 하나뿐인 딸은 빚더미에 허덕이나 세상을 떠나고 홀로 남겨진 손녀 키우고자 고군분투 중인 양혜자(매일신문 2월 23일 자 10면) 씨에게 2천510만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에는 ▷DGB대구은행 85만8천원 ▷기독교대한성결교회봉산교회 10만원 ▷전시형 10만원 ▷홍종배 6만원 ▷권휘달 5만원 ▷남기민 5만원 ▷유홍주 5만원 ▷정유진 4만원 ▷손외준 3만원 ▷임현정 3만원 ▷장순명 3만원 ▷정연주 3만원 ▷황인필 3만원 ▷김현숙 2만원 ▷권보형 1만원 ▷김혜진 1만원 ▷박경희 1만원 ▷반아현 1만원 ▷이명주 1만원 ▷이성우 1만원 ▷조영식 1만원 ▷유명희 5천원 ▷김기만 1천원 ▷'문기서윤' 10만원 ▷'소율아축복한다' 3만원 ▷'예수님감사' 3만원 ▷'무명' 2만원 ▷'성금' 1만원 ▷'성호' 1만원 ▷'혜자소율님께' 5천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돈 벌고자 한국 왔지만 뇌졸중으로 쓰러진 남편 간호만 하는 정태숙 씨에 1,689만원 성금

어린 시절 중국으로 이민갔다 돈을 벌기 위해 한국으로 다시 왔지만 남편은 뇌졸중으로 쓰러졌고 병원비를 감당하지 못해 우울증에 걸린 정태숙(매일신문 3월 2일 자 10면) 씨 사연에 44개 단체 135명의 독자가 1천689만4천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 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건화문화장학재단 200만원 ▷DGB대구은행 100만원 ▷다우약품 100만원 ▷평화큰나무복지재단 100만원 ▷㈜태원전기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태린(이정훈)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한라하우젠트 3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재)대백선교문화재단 20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대흥분쇄기(한미숙) 2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삼이시스템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태광아이엔씨(박태진)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세원환경㈜(조현일) 10만원 ▷원일산업 10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김영준치과 5만원 ▷느티나무한약국 5만원 ▷더좋은이름연구소(성병찬) 5만원 ▷명EFC(권기섭)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박장덕) 5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5만원 ▷이전호세무사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제이에스테크(김혜숙) 5만원 ▷참한우소갈비집(신동애) 5만원 ▷채성기약국(채성기)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한진도금(배진한) 5만원 ▷해피건강나라(이재억) 5만원 ▷국선도평리수련원 3만원 ▷동신통신㈜(김기원)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모두케어 2만원 ▷하나회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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