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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아름다운 선율과 3화음에 귀를 맡겨보자

유대안 대구합창연합회 회장
유대안 대구합창연합회 회장

대장간을 지나던 피타고라스는 가던 길을 멈추었다. 평소와 달리 두 개의 망치 소리가 오묘하게 들렸다. 오늘따라 망치 소리가 왜 이리도 아름답지? 호기심 많은 피타고라스가 대장간을 그냥 지나칠 리 없었다. 들어가서 확인해보니 두 개의 망치 무게가 일정한 비율일 때 좋은 소리가 난다는 것을 깨달았다. 피타고라스는 이 원리를 이용해 현의 길이가 1/2이 되면 8도(한 옥타브) 위 소리가 나고 현의 길이가 2/3가 되면 5도 위의 소리가 나는 것을 확인했다. 그는 이러한 방식을 계속 적용, 음의 높이와 음계를 정리, 오늘날의 '도레미파…'와 같은 음계를 만들어 냈다.

소리의 높낮이는 진동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음악에서 완전음정이라고 하는 아름다운 소리는 두음의 진동수 비율이 같은 완전1도(1:1)와 한 옥타브인 완전8도(1:2), 완전5도(2:3), 완전4도(3:4)로 돼 있다. 여기에 열거된 음정 도수 앞에 '완전'이라는 말을 붙여 두 소리의 어울림이 완전하다는 뜻을 부여한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두음 사이 진동수의 비율이 복잡해지는데 두 개의 음정 비율이 단순할수록 심리적인 편안함을 느낀다.

한 번은 필자가 이탈리아에 체류하고 있는 동안 재미있는 광경을 목격한 적이 있었다. 정오가 되자 주위 성당에서 치는 종소리가 들렸다. 종소리와 함께 조용하던 동네의 개들이 일제히 짖기 시작했다. 가만히 들어 보니 개들이 그냥 짖는 게 아니라 종소리의 음높이에 맞춰 노래하듯 짖어댔다. 여러 개의 종소리 음정은 완전5도 또는 완전4도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짐승들도 아름다운 소리에 반응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9세기경 서양음악의 그레고리오 성가 단선율에 완전5도 간격으로 병행하는 선율을 첨가했다. 이것을 '오르가눔(Organum)'이라고 하는데 그만큼 두 선율 사이에 완벽하게 어울리는 협화음정을 고려했다. 흔히 '화음이 잘 된다'라고 했을 때 성당의 종소리처럼 완전5도 음정이 바탕을 이룬다. 우리가 음악을 들을 때 주파수가 어떻고, 진동 비가 어떻고 하는 물리적 계산을 두고 감상하지 않는다. 음악 소리는 물리적 현상을 뛰어넘어 감각기관을 통해 청각 세포를 자극한다. 그리고 감상은 인지 단계에서 음들의 순응 관계와 상호작용을 누리는 것을 말한다.

서양 음악사에서 다성음악의 출발은 이처럼 완전 협화음정에 바탕을 둔다. 화음은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르네상스의 다성음악 양식(Polyphony style)과 바로크 시기에 들어와서 확립됐고 18세기의 짧은 고전기에서 '도미솔'과 같은 완전음정과 장단음정의 조합으로 구성된 3화음으로 꽃을 피웠다. 고전기의 모차르트는 이들 협화음정의 혜택을 고스란히 받아 누린 행운아였다.

감상이랍시고 굳이 소리를 추적할 필요가 없다. 아름다운 선율과 3화음으로 된 분산화음에 그냥 귀를 맡기기만 하면 된다. 마침 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다. 봄을 기다린 동심의 세계로 '봄의 동경(K.596)'을 모차르트가 불러냈다.

유대안 대구합창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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